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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의 ‘새 판’이 깔린 만큼 진영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으로서 외교·안보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원년 멤버’다. 바이든 미국 정부와 새로운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깊숙이 관여한 정 후보자의 임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실제 정 후보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 3년 7개월간 외교 현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3월 4일 문재인 정부 첫 대북특별사절단장으로 결정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돌아온 후 사흘 만에 이번에는 대미특사로 출국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 후보자는 백악관 앞뜰 회견장에서 이 결과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도 정 후보자의 활약이 있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커지자, 정 후보자는 극비리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집을 찾아가 맥매스터 보좌관, 매튜 포틴저 선임보좌관과 심야까지 5시간에 걸친 ‘마라톤 대화’를 벌였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회고록을 보면 정 당시 국가안보실장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이 서로 냅킨에 그림을 그려가며 격론을 벌인 상황이 잘 그려져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보류시킨다’는 오해를 풀은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백악관으로 통해 미국 의회에도 전달됐다.
이같이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진 덕분에 한 달 후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이라는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해소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중재역’을 한국에 맡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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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정 후보자의 내정을 알리며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며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직 후보자 지명을 겸허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우선 국회의 검증을 무난히 마치도록 성실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