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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정부가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원인 제공"

성세희 기자I 2015.08.21 16:50:40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건설사 임원 일부 감형
짬짜미 주도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6개사에 벌금형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수십조 원 혈세를 쏟아부은 4대강 정비사업 입찰 짬짜미를 주도한 대형 건설사 임원들 중 일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법원은 지난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에 몰두해 건설사에 짬짜미할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21일 가격을 미리 합의해 4대강 정비 사업 공구를 나눠서 입찰받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등)로 전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전무 손모(63)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던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 김모(64)씨와 현대산업개발 부사장 조모(60)씨 등 4명에게 벌금 5000만원형을 내렸다.

법원은 4대강 정비사업 입찰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건설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에 각 75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포스코건설, 삼성중공업, 금호산업, 쌍용건설은 각 벌금형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 다섯 곳은 현대건설을 주관사로 지정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경부대운하 민자사업을 추진했던 정부는 이 계획이 백지화되자 2008년 12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임원진은 2009년 4월 정부가 발주한 4대강 사업 16개 공구를 나눠서 낙찰받기로 약속했다. 이들 건설사는 4대강 사업에 서로 경쟁 입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공사비를 부풀린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4대강 정비 사업은 투입된 국가 재정과 사업 규모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국토 개발과 환경 보호라는 상충한 이익을 둘러싸고 사업 정당성 자체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라며 “이 사업은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형 건설사가 부정행위를 저질러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단기적이고 겉으로 보이는 성과에만 몰두해 차례로 진행해야 할 4대강 사업 전체로 한꺼번에 발주하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다”라며 “입찰 담합을 한 건설사에 엄중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정작 국가 자신이 짬짜미를 부추기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을 참작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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