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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심장병 환자들의 희망 발걸음 ‘세종병원과 함께 하는 걷기대회

이순용 기자I 2025.04.14 14:50:53

심장이식 및 보조장치 삽입 환자, 가족, 장기기증 유가족, 의료진 등 150여명 참여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세종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체육 행사에까지 참여할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A씨(60·여)는 태어나서부터 심장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 심실중격 결손 등을 가졌다. 대표적 선천성 심장병인 팔로4징후(TOF)인데, 오래도록 모르고 지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그를 입술 색 파란 친구, 항상 숨이 찼던 친구로 기억했다. 그랬던 그가 심장병 존재를 알게 된 건 40여년 전.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갑자기 쓰러져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게 계기였다.

이때부터 A씨의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됐다. 그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부천세종병원에서 우심실 유출로 절제술, 폐동맥 판막 치환술, 삼첨판막 재건술 및 심실중격결손 폐쇄술 등을 받았다. 여러 차례 가슴을 열어 수술했음에도 심장은 안정을 찾지 못해 2016년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하기도 했다.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신경정신과 약물로 억지로 떨쳐냈다. 이후 A씨에게는 다시금 심기능 저하로 인한 심한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2021년 결국 심장이식을 결정했고, 강심제 약을 쓰며 100여일을 기다리다 마침내 인천세종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부터 이전에는 엄두도 못 냈던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취미는 현재 등산이다. 지난 13일 인천세종병원에서 열린 걷기대회에 남편과 딸, 사위, 외손자들과 함께 참여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며 건강을 과시했다.

B씨(41·여)도 대동맥 판막에 선천성 기형이 있었다. 심실 근육이 원인 없이 두꺼워져서 대동맥의 혈액 유출로를 막는 특발성 비후성 대동맥판하 협착증(IHSS)이다. 그 역시 병의 존재를 모르고 지냈다. 심장병 여부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95년 여름방학, 숙제를 하던 중 코피가 멎질 않으면서 알게 됐다. 이비인후과를 찾은 B씨는 심장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고, 마침 의료봉사차 동네를 찾은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의 검진을 통해 심장병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대동맥하 심실중격 수술에 이어 2003년 대동맥판막교체술을 받았다. 상황은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다. 부정맥 탓에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을 받거나 수차례 약물 조절 및 심장율동전환을 시행했다. 임신 중은 물론 분만 이후에도 귀하게 얻은 갓난아이를 집에 두고 세종병원 응급실을 찾거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심기능은 더 나빠졌고, 아이와 함께 행복해야 할 일상은 점점 무너져갔다.

결국 심장성 쇼크로 쓰러져 인천세종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B씨는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의 권고를 받아들여 심장이식을 결정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심장 및 폐의 기능을 도와주는 장치인 에크모(ECMO)를 달고 버티다 2023년 말 마침내 인천세종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제 평지건 오르막이 있건 수㎞를 걸으며 운동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불과 1년여 전, 중환자실에서 절망하던 그는 인천세종병원에서 열린 걷기대회에 남편과 함께 참여해 다른 환우들을 응원하는 등 희망 전도사가 됐다.

B씨는 “심장이식 전까지 삶 전체가 무너진 채 고통속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체육대회까지 참여할 정도로 건강해지다니 마치 제2의 삶을 사는 것 같다”며 “오래도록 포기하지 않고 응원과 돌봄을 해준 의료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리며 환우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심장에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등 역경을 가진 중증 심장병 환자들이 세종병원 의료진과 함께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이사장 박진식)은 지난 13일 인천 계양구 일대에서 ‘세종병원과 함께하는 다시 뛰는 심장, 다시 찾은 일상(New Heart New Lives) 걷기대회’를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인천세종병원은 물론 국내 의료기관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거나 좌심실 보조장치(LVAD) 삽입술을 받은 환자, 심부전으로 치료 중인 환자 및 가족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오랜 기간 환자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심장 분야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도 변함없이 이들 곁에 함께했다. 또 장기 기증자 유가족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심장이식 환자를 대표해 참석한 김병준 씨는 “심장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세심한 보살핌, 환자의 꾸준한 노력, 꼭 낫겠다는 간절한 마음 등 3가지가 필요하다”며 “오늘은 단순히 걷기가 아닌 모두가 정보를 나누고 서로에게 희망을 전하는 날이다. 행사 슬로건처럼 우리 모두 분명 다시 뛰는 심장을 가질 수 있고, 일상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유가족 대표 김보정 씨는 “결혼을 앞둔 20대 딸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났다. 기증자 가족들은 분명 아프고 슬픈 결정을 했지만, 수혜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게 우리 결정에 확신을 준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살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기증자와 함께 나의 건강을 위해 행복하게 사셨으면 한다. 여러분의 몸속에서 우리 아이 심장을 다시 뛰게 해 주셔서 고맙다”고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전했다.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중증심부전/심장이식센터장(심장내과)은 “긴 치료과정을 잘 버텨준 환자 및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모든 의료진은 언제나 변함없이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1980년대 세종병원 설립 당시 선천성 심장병 치료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아주 많았다. 제때 치료만 하면 금방 건강을 되찾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편견을 깨고자 이런 어린이들을 모아 운동회를 했고 이게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했던 일화가 생각난다”며 “오늘 걷기대회도 편견을 깨고 희망을 전하는 맥락을 같이하는데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관심을 더 갖고, 희망과 기다림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시금 모든 환자의 건강과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일대에서 열린 ‘세종병원과 함께하는 걷기대회’에서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이 심장이식 환자 등 참여자들을 인솔하며 걷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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