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성영 기자]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높여 가고 있지만 시가총액 2위 현대차(005380)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성장과 원화 강세, 통상임금 우려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기관 투자가가 연일 ‘팔자’를 외치는 탓이다.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전일 대비 1.75% 하락한 22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는 올 들어 21만원~25만원 사이의 박스권 내에서 지루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30일부터 1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순매도 규모가 186만주에 달한다.
기관이 국내 대표적인 수출주 현대차를 외면하는 것은 환율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평균 1095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020원 선까지 내려갔다. 환율이 떨어지면 전체 매출의 61%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현대차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증시 전문가들도 원화 강세를 반영해 현대차의 2분기와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연초 대비 2~4% 정도 줄줄이 하향조정 했다. 게다가 하반기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선뜻 바닥을 논하기가 쉽지 않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애초 예상보다 두드러진 원화절상 추세에 따라 영업이익 증가 폭도 반감될 것”이라며 “종전 전망보다 다소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춤했던 경쟁사가 점유율을 회복하고 있고, 생산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현대차는 경쟁사의 경쟁력 강화가 달갑지 않다. 특히 경쟁사가 중장기 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현재 90만대에서 200만대로 늘리기 위해 공장 신설을 단행한다. 포드도 내년 말까지 중국에서의 생산량을 두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을 하려면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증설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니 ‘성장이 막혔다’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임금단체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통상임금 이슈도 악재다. 현대차는 정기상여금 지급 시 ‘해당 기간 내 15일 이상 근무해야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어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 측은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파업이 단행될 경우 가동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통상임금을 소급 지급하면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주가에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면 현대차는 5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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