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차 인큐베이터 제주‥택시 앞세워 공략나선 르노삼성

김형욱 기자I 2013.11.13 17:03:04

전기차 택시 시범사업 위해 퀵트롭 스테이션 설비 갖춰
내년 전기차 택시 2000대 보급 목표.. "연 600만원 절감"

[제주=이데일리 김형욱 기자]제주시 도두1동 개인택시 LPG 충전소. 겉에서 봤을 땐 택시 기사들이 가스 충전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평범한 여느 충전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시설이 하나 있다. 충전소 한 편에 르노삼성이 만든 준중형 전기차 SM3 Z.E. 택시의 배터리를 갈아낄 수 있는 ‘퀵드롭(quick-drop)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다.

지난 12일 이곳에서 전기차 배터리 교체 시연회가 열렸다. 퀵드롭 스테이션에는 차를 들어올리는 리프트와 배터리를 옮기는 키트 박스(kit box)가 마련돼 있었다. 전기차가 리프트 위로 올라가자 2~3명이 호흡을 맞춰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들어간 시간은 10여 분 정도였다. 네다섯 시간 걸리던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

SM3 Z.E. 차량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는 모습. 제주 택시회사 내 설립된 이 반자동 설비에선 약 10분이면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하다. 르노삼성 제공
이 설비는 제주도가 전기차 택시 시범 사업을 위해 마련했다. 제주도는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에 전기차 500대 이상을 보급하고, 2017년까지는 2만9000대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제주도는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단점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고, 보조금 혜택도 있어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을 배양할 좋은 토양을 갖춘 셈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르노삼성이 제주도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SM3 Z.E. 전기차를 생산하는 르노삼성은 택시용 전기차를 보급해 기선을 잡겠다는 방침을 세운 터다. 르노삼성은 내년 총 4000대의 SM3 Z.E.를 양산해 이중 2000대를 택시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제주도에서 택시용 전기차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전기차는 한번 충전하면 135㎞ 정도 운행이 가능해 LPG차량과 비교하면 연간 600만 원 이상 절감할 수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도는 택시의 평균 주행거리가 짧고 800만 원 가량의 보조금도 나와 SM3 Z.E.를 1900여만 원이면 살 수 있다. SM3 Z.E.는 경쟁 차종 중 유일하게 택시로 활용할 수 있는 준준형급이란 장점도 있다. 차값은 다소 비싸지만 2년만 운행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의 전기 택시가 본 궤도에 오르면 르노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전기차 택시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배터리 충전문제다. SM3 Z.E.가 완충 때 최대 140㎞ 전후를 달릴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택시 주행거리가 짧은 제주도에서도 하루 1~2번은 충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면에서 제주도는 든든한 우군이다. 내년 전기 택시를 50대로 확대해 상용화하고, 2015년까지 배터리 교환소도 3곳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목표다. 급속 충전소가 많아지면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전기차판매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송응석 르노삼성 전기차 프로젝트 총괄 상무는 “SM3 Z.E.는 택시를 비롯해 카셰어링(자동차 공동이용제도), 렌터카 등 기업 수요가 전체의 70~80%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관용차와 민간 보급이 각각 10%씩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SM3 Z.E. 택시 시범사업 차량이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모습. 제주 시내에는 380여 충전소(급속충전 22곳)가 있다. 르노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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