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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빼고"…푸틴, 트럼프·시진핑에 3자 회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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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19 1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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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APEC 계기 미·중·러 정상회담 거론
당사국 빠진 종전 논의…"전례 없다" 우려
트럼프 아직 '미동의'…중국 "반대 안 해"
유럽도 배제, 대만엔 '강대국 거래' 공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다음달 3자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전쟁 당사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빠진 구도로,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위한 미·중·러 3자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WSJ에 “회담 자체나 의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서도 “세 당사자 모두 이런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회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전쟁을 끝내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만큼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내겠다던 약속은 임기 2년이 다 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국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국에서 3자 회담이 열리면 외교 중재자로 위상을 높이려는 시 주석에겐 큰 진전이어서다. 러시아가 외교 경로로 회담을 제안하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쑨 미국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중국은 강대국 사이의 중심축이자 잠재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중재자로 비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고, 주미 중국대사관은 응답하지 않았다.

WSJ는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빠진 ‘전례 없는’ 정상회담인 만큼, 성사되면 유럽 각국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도 미·중·러 3자 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미·러 관계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 다르다. 두 정상은 지난 9일 통화에서 미국이 러시아산 경유를 사들이고 국제 시장 판매를 돕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서명한 초당적 대러 제재법의 이행도 지난 16일 중단했다.

이는 기름값 상승이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악재가 되자 내놓은 조치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경유 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이란 전쟁이며, 러시아가 팔기로 한 물량으로는 시장을 크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이날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석유 터미널을 공격하자, 트루스소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경유 정제시설을 노리고 있다며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지 않고, 아마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러 제재를 미룬 데 대해서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서 떠나게 하고 싶지 않다며 “나는 이 전쟁이 끝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3자 회담을 통해 강대국 클럽의 일원임을 굳히고,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하는 데 최대 걸림돌로 여기는 유럽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안에 정통한 전직 러시아 정보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세계를 세력권으로 나누는 ‘제2의 얄타회담’(1945년 미·영·소 정상이 전후 질서를 논의한 회담)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대만에도 충격이 될 수 있다. 미·중·러 정상이 한 나라의 운명을 놓고 협상하는 장면은 대만의 미래도 언젠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자리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공포를 키울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는 입장을 버린 적이 없다.

다만 시 주석에게도 부담은 있다고 WSJ는 짚었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유럽과의 경제적 교류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여서다. 3자 회담은 중국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이 끌어들이고 유럽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APEC을 중국의 위상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으려던 계획 역시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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