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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분과는 방사성폐기물처분, 사고저항성핵연료,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용후핵연료, 원전해체, 핵융합, 환경보건, 원자력산업, 원전 전력계통, 기후·에너지,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분과는 시민사회 분과와 기후·에너지 분과 두 세 곳뿐이고, 대체로 기술적 쟁점과 관련한 전문가들과 원전업계의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민사회는 “원전이 재생에너지와 상호 보완이 불가능하고, 원전을 포함하면 녹색분류체계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원전을 포함하더라도 유럽연합(EU)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에너지 분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상호 보완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했다. 다만 “EU 택소노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국내 원전의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시민사회에 비해선 완화된 주장을 냈다.
그 외에 나머지 분과에서는 대체로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전제로 한 기술적 논의와 원전을 포함해야한다는 원전 업계의 주장이 이어졌다.
기술적 문제로 지적된 내용은 우리나라는 2060년 고준위 방사선폐기능 처분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사고저항성핵연료는 2030년대 이후 가능하며 매우 도전적인 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부분은 대체로 이번 정부 발표안에 반영된 부분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국내 여건을 고려한 원전 인정기준을 설정하고,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 원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원전 수출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협의체에서 논의된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일 원전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 확정안을 참고해 원전이 저리(低利)의 녹색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는 K택소노미 개정 초안을 발표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는 관련 특별법 통과와 문서화한 세부계획이 있는 경우 녹색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EU가 이 처분시설 확보 기한을 2050년까지 명시적으로 구체화한 것에 비해 느슨한 형태다. 반면 K-택소노미는 법이 통과되고 세부계획에 대한 문서화가 가능한 경우면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가 불확실하더라도 녹색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다. 기술적 문제와 관련해 또 다른 도전적인 과제인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여부는 EU에 비해 6년 늦은 2031년부터다. 이는 국내 연구개발 일정상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원전 업계와 기술적 분과안이 대체로 반영된 것과 달리 부정적 의견은 거의 묵살되다시피한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협의체 참여에 앞서 사회적 합의를 거친 모양새에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만큼 참여했다. 그러나 이미 원전 포함은 결론이 난 상황이었으며,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을 뿐이었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합의를 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간담회 수준으로 의견을 청취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택소노미가 EU에 비해 완화된 조건을 달면서 ‘국내용’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EU보다 국내 기준이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면서 ‘친환경’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유럽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친환경 적용에 대한 국가별 상대적 차이에 대해 반대여론이 높다. 자국 내에서는 높은 친환경 기준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수입품에 대해서도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환경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원전 수출국이 아닌 EU 회원국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며, 사고저항성핵연료는 EU 국가에 원전을 수출하더라도 실제 원전 가동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전·후방 원전 산업에 녹색자금이 공급돼 원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