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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의 한 도로 갓길에는 선거 유세 차량이 버젓이 정차하고 “뽑아달라”며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 특히 이 앞은 버스정류장이 자리 잡고 있어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박모(23)씨는 “시야도 가리고 정신이 사나워서 솔직히 짜증이 난다”며 “보고 있으면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인근에서는 좁은 골목 곳곳을 누비며 유세 노래를 틀어 놓고 다니는 선거 유세 차량도 있었다. 이 차량이 좁은 골목을 천천히 비집고 들어가는 터라 사람들은 멈춰서 길을 터주거나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근처에 거주하는 A(26)씨는 “선거 유세 차량 때문에 눈과 귀가 고통스럽다”며 “아무 데서나 주차하고, 통행에 방해되니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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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정모(55)씨는 “요즘에 선거한답시고 시끄럽게 구니 집에서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그냥 곧 선거 끝나면 조용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속에서 끓지만 참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3)씨도 “음악 소리가 과하게 커서 온종일 듣고 있으면 몸이 힘들다”고 푸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유세가 시작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선거 소음 신고는 1241건에 달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선거 운동에 변화를 줘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골목을 곳곳을 누비며 선거유세송을 크게 틀어놓는 선거 운동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시대가 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60년대, 70년대 선거 운동 방식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평론가는 “환경 등 각종 오염을 불러일으키는 선거 벽보, 현수막, 선거 유세차량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광장 정치 시대에서 인터넷·디지털 중심으로 선거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