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예고없이 미뤄진 ‘줍줍 규제’…유주택자만 신났다

황현규 기자I 2021.05.10 15:29:09

국토부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 가능”
3월 시행·공포 예정이었으나 예고없이 5월로 연기
4·5월 무순위 청약 단지로 ‘유주택자’ 몰려
아산 아파트 줍줍 경쟁률 6547대 1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 6일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아파트의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155대 1을 기록했다. 30가구 모집에 4679명이 몰리면서 앞서 진행한 1순위 청약 경쟁률인 12대 1(최고)을 뛰어넘었다. 대략 10배 이상 높은 경쟁률이다. 분양 관계자는 “주택 소유와 상관없이 경북에만 살면 누구든 지원할 수 있어 유주택자들도 많이 지원했다”며 “올해 초 규제 예고대로 라면 무주택자만 청약이 가능했겠지만, 생각보다 규제 시행이 밀린 것 같다”고 했다.

당초 3월로 예정됐던 ‘무순위 청약 규제’가 미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초 3월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만 무순위 청약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지만, 예상보다 시행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막차를 노린 유주택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규제가 미뤄지면서 무순위 청약시장에서 무주택자들이 당첨 기회를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제공)
◇가점 낮아도 청약 가능한 ‘줍줍’…청약 경쟁률 고고행진

1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진행한 아산 탕정삼성트라팰리스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서도 6547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1가구 모집(전용 84㎡)에 6547명이 청약 접수를 한 것이다. 지난 2월 일반 공급의 청약경쟁률이었던 386대 1보다 12배나 높은 청약 경쟁률이다.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 접수 이후에도 남아 있는 미계약 물량을 대상으로 한다. 대출 조건, 실거주 요건 등으로 계약을 포기한 수분양자들이 남긴 물량이다. 이 청약은 무순위 청약이다보니 만 19세 이상의 성인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또 청약 통장이 없어도 가능한데다가 추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점이 낮은 2040세대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아산은 비규제 지역으로 대출 규제가 느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적용받을 뿐만 아니라 전매제한도 없어 바로 분양권을 되팔 수 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 분양권 시세(전용 59㎡)는 분양가 대비 1억 5000만원 가량 높게 형성해있다. 인근 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인데다가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를 노린 매수자들이 많다”며 “당첨만 되면 1억을 버는 청약이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규제 하겠다더니 슬쩍 미룬 정부…무주택자 “청약 기회 뺏겨”

눈길을 끄는 점은 당초 예정과 달리 ‘유주택자’들도 청약이 가능했단 점이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하기로했던 무순위 청약 규제를 예고없이 미루면서다. 지난 1월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청약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만 줍줍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3월까지의 입법 예고까지 마친 상황이었으나, 이후에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가 길어지면서 시행·공포가 미뤄졌다. 이 때문에 유주택자들도 4·5월에 공고하는 무순위 청약 단지로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를 했지만 시행·공포가 예상보다 미뤄지고 있다”며 “5월 안에 공포·시행을 목표로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줍줍 규제’를 미루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순위 청약은 가점이 낮은 청년층도 당첨될 수 있는 유일한 청약인데, 이 마저도 유주택자들의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 규제를 내놓으면서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 공급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갈수록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나 청년들은 추첨제인 85㎡이상 주택 혹은 무순위 청약을 노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자금 조달 등의 어려움으로 큰 평형대가 어려운 2040세대들에게 무순위 청약은 사실상 유일하게 당첨이 가능한 청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주택자들의 ‘줍줍 청약’을 막지 못하면서 오히려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만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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