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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반도체, 테스트랩 중요한데..정부-업계 '동상이몽'

김현아 기자I 2011.03.23 18:05:49

차부품 업계 "특정기술 개발보다 신뢰성 인증 기반 구축해 달라"
지경부 "삼성전자나 QRT 반도체와 경쟁할 순 없지 않나"
車 전장부품 비중 2010년 32% →2015년 40% 예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인피니언·보쉬 등 외국업체가 독식하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현대모비스(012330)·씨엔에스테크놀러지 등 국내 업체가 뛰어들었지만, 신뢰성을 검증할 테스트 기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부품 업체들은 정부가 특정기술에 대한 개발을 지원하기 보다는 테스트랩 같은 신뢰성 인증 인프라에 투자해 줄 것을 요구하나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외국산 일색인 차량용 반도체를 국산화하는 건 좋지만, 정부가 삼성전자나 QRT반도체 등 민간과 경쟁할 순 없지 않느냐는 게 정부의 주장.

하지만 업계는 기밀보장이 중요한 '반도체 신뢰성 인증 서비스'의 경우 오히려 공적역할이 강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경부가 6월 발표를 목표로 준비중인 2011년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R&D) 과제에 업계 입장이 반영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했지만..테스트 장비 부족

▲ 2009년 지경부 프로젝트로 시작된 "삼성전자-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제휴"의 성과물. 지난 해 11월 현대모비스가 씨엔에스테크놀러지와 함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은 개발이 아닌 양산쪽을 맡았고, 실제 개발은 씨엔에스테크놀러지가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해 11월 스마트키·주차지원·배터리센서용 반도체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09년 지경부가 '삼성전자-현대차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던 것인데, 실제 설계는 씨엔에스테크놀러지가 맡고 현대모비스는 개발을 총괄했다.

하지만, 시제품 개발 이후 신뢰성 인증 테스트를 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하이닉스 계열의 QRT 반도체를 통해 신뢰성 인증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QRT 반도체에 모든 설비가 갖춰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에 나가 수천만원의 비용을 주고 테스트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신뢰성 검증 테스트에 대한 설비를 모두 갖춘 곳은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면서 "페어차일드나 프리스케일 같은 외국 업체들은 모두 자체적으로 갖고 있지만, 우리는 자동차부품연구원에도 전장부품 테스트 설비 정도만 있어 차량용 반도체를 테스트하려면 QRT반도체 정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경부, 민간 시장 개입 난색 vs 업계 "오히려 공적 영역"

이에 대해 지경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관계자는 "테스트 설비가 부족한 건 사실이나, 현대모비스나 삼성전자 등 극소수 기업을 위해 신뢰성 인증 인프라를 정부 돈으로 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QRT반도체와 정부가 시장에서 경쟁하긴 어렵다고 본다"면서 "현대모비스도 자체적으로 반도체 신뢰성 인증 인프라를 만들려 하며, 지금은 테스트랩을 만들어도 테스트할 제품이 거의 없는 만큼 기술력 확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만도 등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정부가 특정 기술에 개발비를 지원하기 보다는 테스트랩 설비 같은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 같은데, 신뢰성 인증을 위해 수십억원이 든다면 이를 씨엔에스테크놀러지나 실리콘웍스, 텔레칩스 같은 팹리스 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매칭펀드 형식으로 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팹리스 업체들이 뛰어들지 못하는 건 신뢰성 인증 인프라에 대한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전장부품 비중, '15년 40%로 증가..전기차 시대 대비해야

가트너 등에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자동차에서의 전장부품 비중은 1980년대 1%에서 2010년 32%, 2015년에는 40%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컴팩트카의 경우 15%, 럭셔리카의 경우 28%,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47% 정도를 전장부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수급 문제로 전장부품의 국산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전장부품의 핵심인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가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 해 20조원 규모였던 전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이 2014년에는 26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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