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대장암 진단검사가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변을 직접 채취하거나 검사 전 장을 비우는 등 기존 검진의 불편한 과정 없이 채혈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홍승욱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혈액검사만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으로 대장암 환자와 정상 대조군 1천여 명을 분석한 결과, 진단 민감도가 90.4%에 달했다고 밝혔다.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은 혈액에 존재하는 암세포로부터 유래된 세포유리DNA의 특성을 분석해 암 존재 가능성을 선별하는 검사로, 암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대장암 검진인 분변잠혈검사의 민감도가 70~80%인 점과 비교해도 우수한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현재 한국의 국가 암 검진 체계에서 대장암 검진은 채변을 통한 분변잠혈검사가 기본이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나면, 2차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 수검률은 44.4%로 주요 암종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분변잠혈검사는 대변을 직접 채취해야하고, 대장내시경검사는 검사 전 장을 깨끗하게 비우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검사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분변잠혈검사 양성자가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비율도 낮은 편이다.
연구팀은 액체생검 및 임상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GC지놈과 함께 세포유리DNA 혈액검사를 활용해 대장암 환자 302명, 진행성 대장용종 환자 108명, 정상 대조군 1,267명 등 총 1,677명의 진단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채혈을 통해 수검자의 혈액 속 세포유리DNA를 추출해 유전정보를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로 분석했다. 이후 DNA 절편의 길이와 말단 구조, 유전체 분포 등의 정보를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로 분석했다. 암세포 유래 세포유리DNA는 정상세포와 길이, 절단 위치, 말단 구조 등에 차이가 있어 이를 분석하면 혈액만으로도 암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대장암 진단 민감도는 90.4%로 나타났다. 즉 대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으로, 약 70~80%의 진단 민감도를 보이는 기존 분변잠혈검사보다 높은 확률로 환자를 정확히 선별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세포유리DNA 혈액진단법의 정상 대조군 특이도는 94.7%로, 정상인 100명 중 95명을 정확하게 정상으로 판별해냈다. 대장암 병기별 분석에서도 1기 84.2%, 2기 85.0%, 3기 94.4%, 4기 100%의 민감도를 보여 초기 대장암에서도 높은 진단 성능을 유지했다.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초기 대장암 역시 90%의 민감도로 검출했으며,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진행성 대장용종은 58.3%의 민감도로 검출해 대장암 예방을 위한 조기 선별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존 분변잠혈검사의 진행성 대장용종 민감도는 25~40% 수준이다.
변정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소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검진 과정에서 느꼈던 부담감을 줄이고 혈액검사만으로 편리하게 대장암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혈액검사법의 정확도를 향상시킨 이번 연구처럼, 앞으로 다양한 의료 분야에 AI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가 대장암 검진 대상인 50세보다 젊은 20~40대에서의 대장암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혈액진단의 편의성과 인공지능기술이 합쳐지면 보다 편리하게 대장암 검진이 가능하다.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면 최소침습적 시술인 내시경 절제술로 치료가 가능해 생존율 및 치료 후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변정식·양동훈·홍승욱 교수팀은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과 협업하여 의료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적용에 대한 공동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기대장암 환자에게 내시경 치료와 외과적 수술 중 어떤 치료법이 더욱 적합할지 결정하는 데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국제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에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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