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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드론 국제표준 제정 과정을 자세히 보도했다.
드론 국제표준을 주도한 것은 ‘자동차 메이커’로 잘 알려진 스바루이다. 스바루의 전신은 ‘도요이치 항공 메이커’로 1970년대부터 자위대용으로 드론 사업을 했고 일부 공장에서는 항공기 부품도 제조하고 있다.
스바루가 드론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으로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실증사업이 계기가 됐다. 당시 상업용 드론 판매가 늘어나면서 드론과 항공기 간 공중 충돌 가능성이 있는 ‘니어미스’(near-miss)가 화두로 오른 상황에서 드론의 충돌회피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스바루는 일본무선과 손잡고 실증사업에 뛰어들었다. 과제는 상대속도 100km의 드론끼리 어떻게 피하는가. 드론에 센서를 부착해 유인항공기를 탐지하면 충돌을 회피하는 루트를 즉각적으로 산출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실험을 반복해 2019년 기술 개발이 됐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남았다. 어떤 순서로 피할 것인지 국제표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피기술이 있어도 각자 드론들이 제멋대로 피하면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보급에 교통규칙이 불가피하듯이, 드론 역시 안전규칙이 필요하다. 이같은 필요성을 바탕으로 스바루는 일본무선과 NEDO와 국제규칙 만들기에 나섰다.
스바루연합이 제시한 드론의 회피순서는 6단계이다. 처음에 대상물을 탐지하고, 회피 필요성이 있으면 회피한다. 회피결과를 확인한 후, 충돌 위험이 없으면 원래 루트로 돌아간다.
스바루연합이 제시한 제안에 대해 각국 전문가들이 참가한 국제표준기구(ISO) 워킹그룹이 논의에 나섰다 이때 한국 역시 드론 회피기술에 대한 독자적인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한국의 드론 회피 순서는 일본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더 세분화돼 있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스바루연합은 한국이 제시한 안을 보고 승리의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회피순서가 세분화될 수록 기술 개발의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논의 끝에 일본 쪽 제안이 채택됐다.
그다음 기술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분과회를 남겨둔 상황에서 스바루연합은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우연히 다른 일로 일본에 와 있던 분과위원장을 실증시험 현장에 초대한 것. 실제 드론끼리 충돌을 피하는 광경을 보고 분과위원장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분과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논의가 원활하게 진전되며 무난하게 통과됐다.
이후 일본안은 2022년에는 ISO 회원국이 참석하는 투표에서 찬성표를 다수 획득했고, 2023년 10월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