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올해 나온 사내맞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가 꾸준히 구축해온 지식재산(IP) 밸류체인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돼 영어권과 비영어권 고르게 인기 1위를 기록했고 드라마의 관심이 웹툰·웹소설로 연결돼 차트를 역주행하는 결과도 낳았다. 드라마 음악(OST)은 카카오엔터 레이블인 플렉스엠이 맡아 글로벌 흥행에 힘을 더했다.
K-콘텐츠 한류 원조인 게임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이처럼 웹툰·웹소설이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그 선두에 카카오와 네이버가 섰음은 물론이다.
카카오엔터의 전략은 네이버와 사뭇 다르다. 연예 레이블(기획사)과 제작 스튜디오를 꾸준히 인수해왔다. 격변기를 마주한 월트디즈니 등 미국 미디어 기업의 행보와 빼닮았다. 넷플릭스 출현에 최근 몇 년 새 월트디즈니, 컴캐스트, AT&T, 파라마운트글로벌 등이 앞다퉈 IP와 제작 역량 확보에 열을 올렸다. 현재 이들 기업 중심으로 미국 미디어 시장이 일정 부문 재편된 상태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M, 멜론컴퍼니가 합병하면서 카카오엔터가 출범했다. 일각에선 거대 미디어 기업이라 부르지만, 세계로 눈 돌리면 여전히 라이트 체급이다. 덩치를 키운 미국 기업 주도의 미디어 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카카오 등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인수합병과 시장지배력 규제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다.
지난 16일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마련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경쟁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영세 제작자 지원과 이용자 후생 확대’를 전제로 하되, 미디어 결합을 통한 사업 다각화와 IP 연계가 성공 방정식이 되는 가운데 지나친 기업결합 사전규제는 지양하자는 것에 한목소리를 냈다.
대외 경제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제2의 이태원 클라쓰, 사내맞선이 계속되려면 정부 차원의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앱마켓이 웹툰 등에 30% 수수료를 강제한 시점에서 세제 혜택도 방법 중 하나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