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 10명 중 8명 재취업…"관피아 제한 유명무실"

이소현 기자I 2022.03.29 13:41:24

경실련, 경제 관련 8개 부처 퇴직공무원 조사
기재부 출신 가장 인기…금감원·산업부·금융위 순
삼성·한화 등 민간기업 최다…협회·조합도 인기
"시장 경쟁 왜곡, 타인 취업 방해 부작용 우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정권교체기로 접어들면서 ‘인사 알박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기 위해 마련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는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개 부처별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현황(자료=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취업 심사를 받은 경제 관련 8개 부처 퇴직공무원 588명을 조사한 결과 485명(82.5%)이 취업가능·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4급 이상 사무관으로 범위를 좁히면 전체 승인율은 89.3%로 올랐다. 취업심사를 받은 퇴직공무원 10명 중 8명은 재취업을 하는 셈이다.

부처별 취업가능·승인율은 기획재정부(96.8%)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금융감독원(94.6%), 산업통상자원부(92.6%), 금융위원회(90.9%), 공정거래위원회(89.3%), 중소벤처기업부(85.7%), 국토교통부(71.7%), 국세청(71.4%) 순이었다.

경실련은 “전체적으로 매년 평균이 76~90%를 웃돌았다”며 “재취업 심사가 매우 형식적이며 통과하기 쉬움을 알 수 있다”고 평했다.

퇴직공무원 중 재취업자들은 민간기업(239명·49.2%)에 가장 많이 진출했다. 이어 협회·조합(122명·25.1%), 법무·회계·세무법인(53명·10.9%), 시장형 공기업(18명·3.7%) 순이었다.

경실련은 “부처를 가릴 것 없이 퇴직공직자가 재취업할 때 관행적으로 유관기관에 재취업하거나 재벌 대기업 방패막이용을 위한 재취업, 고위직 재취업 전 임시 취업, 산하조직 신설 후 재취업, 민관유착에 의한 재취업 등의 특징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8개 부처별 취업유형 현황(자료=경실련)
실제 외환정보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2007년 사단법인으로 전환된 뒤 현재까지 기재부 국장급 출신 5명이 연속으로 원장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어 2007년 출범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초대 원장부터 지금까지 공정위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국토부 관리·감독을 받는 골재업자 이익단체인 한국골재협회의 상임부회장직에 연속적으로 국토부 과장급 출신이 재취업했다. 2017년 출범한 수소 관련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초대 단장부터 현재 단장까지 모두 산업부 출신이며, 1995년 설립된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상근부회장직에 중기부 국장급 출신 관료가 줄지어 재취업했다.

국세청 관리·감독을 받는 대한주정판매㈜에는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 대표이사로, 4급 출신 관료가 부사장으로 재취업했으며, 한화그룹에서는 금감원 관료 5명이 재취업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경실련은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은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타인의 취업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며 “정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관피아를 제대로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피아 근절을 위해선 “취업승인 예외사유를 구체화하고 취업심사 대상기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며 “퇴직 전 겸직 제한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퇴직 전후 경력 세탁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공개 △공직자윤리위원회 회의록과 회의자료 공개 △공무원 퇴직연금 정지 대상 확대 등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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