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도 노조설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2005년 6월14일에 1심 소장이 접수된 이 재판은 최종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조가 노조설립을 인정해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면 누구나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외국인이라고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05년 4월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91명은 노조설립을 위해 창립총회를 개최한 뒤 같은 해 5월 서울지방노동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조합원들의 취업자격 확인을 위해 조합원 이름과 국적, 외국인등록번호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불법 체류자를 가려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노법)에서 정한 설립신고요건에 조합원 명단과 국적, 외국인 등록번호를 제출하라는 요건은 없다”고 거부했고 이에 서울지방노동청이 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하는 노조는 노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노동청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노노법 상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규정한 점 △헌법 33조에 보장된 근로 3권과 외국인 지위를 보장한 헌법 6조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의 차별대우를 금한 근로기준법 제5조 등을 들어 노조설립은 가능하다고 1심을 뒤집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날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2007년 2월 상고된 이후 8년4개월 만에 판결이 내려진 대법원 최장기 미제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