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차별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이처럼 긴 영업정지가 이뤄진 건 처음이다. 단말기 제조업체, 유통업계 등 유관업종피해도 예상된다.
◇통신시장은 빙하기…LG유플 비상
분실폰은 경찰서 등에 분실신고서를 해야 하고, 파손폰 역시 제조사 AS센터 수리 견적서가 있어야 기기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조금이 얼어붙은 까닭에 활성화될 지 의문이다.
통신사별로는 KT는 추가 영업정지를 피해 일단 유리한 고지다. 경쟁사들이 쉬는 동안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터진 980만 명 고객정보유출 사건으로 해지가 잇따를 우려도 있다.
2011년 7월 LTE를 시작한 뒤 가입자 순증 1위를 달리는 LG유플러스는 비상이다. 3사 중 가장 긴 영업정지를 받아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할까 걱정한다. 회사 측은 “방통위가 시장 영향력이 가장 적은 3위 사업자에 가중처벌을 적용해 가장 긴 영업정지를 한 것은 명백한 역차별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걱정이다. 신개념 전화 플랫폼 ‘T전화’는 제조사 신제품 출시 지연으로 초반몰이가 늦어졌고, 영업정지 기간(4월 5일부터 5월 19일)도 5월 가정의 달과 겹쳐 울상이다.
◇제조사는 암흑기…팬택지원 쉽지 않아
그러나 워크아웃 상태인 팬택은 야심작 ‘베가 아이언2’를 4월에 출시하려다 5월로 늦췄다. 삼성전자(005930)의 전략폰 ‘갤럭시S5’의 출시도 4월 11일에서 늦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LG전자(066570)는 신제품 ‘G프로2’가 안 팔려 걱정이다. 제조사들은 100만 대 정도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통3사가 영업정지 기간 중 팬택 단말기를 미리 사주도록 행정지도했지만, 물량을 약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황창규 KT 회장이 최문기 장관을 만났을 때 중소 단말기 지원을 언급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어디에 둬야 하는가, 고객 요구가 계속 바뀌는데 가능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를 직접 유통하나, SK텔레콤은 SK네트웍스를 통해 유통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제조사를 배려해 추가 영업정지 때는 기기변경을 할수 있게 했다”면서도 “정부가 이통사의 중소 제조사 지원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유통점은 투쟁기…자율정화해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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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점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회장 안명학, 조충현)가 이날 서울 보신각 앞에서 개최한 ‘영업정지 철폐를 위한 30만 종사자 총 결의대회’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부산과 대주, 광주, 청주 등에서 800여명이 모였다.
안명학 회장은 “영업정지를 내려 시장 상황이 나아졌는가”라면서 “우리 스스로 생계 터전을 지키기로 했다. 영업정지 처분은 철회돼야 하며,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밑에서 고생한 사람들이 울어야 하는 정말 잘못된 처분”이라며 “국회가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0년 만들어진 불법보조금 기준선인 27만 원 규제를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면서도 “유통점도 불법 보조금의 수혜자 중 한 명이고, 개인정보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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