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李 '강경대응' 지시에…檢 '10조원대' 밀가루·설탕·전력 담합 줄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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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I 2026.02.02 10:31:01

檢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수사…52명 기소
밀가루7개·설탕3개·한전 입찰10개 업체 일망타진
檢 "법정형 상향 처벌 강화 필요"…고기·주류 수사 확대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찰이 밀가루·설탕가격과 전력지자재 입찰 등 기업 담합 사건 집중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서민경제 교란에 강경 대응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집중 수사 결과 검찰은 대표이사급을 포함해 관련 기업 임직원 총 52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는데, 이들이 불공정 담합 행위의 규모는 무려 10조원에 육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국민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을 집중 수사한 결과, 법인 16곳과 개인 36명 등 총 52명에 대해 6명을 구속 기소하고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해, 빵·라면 등의 원재료인 설탕·밀가루의 가격 담합으로 식품 물가 전반을 뒤흔들고 전기료 상승으로 가정경제를 위협한 담합의 전모를 밝혀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밀가루 7개 제분사 대표 포함 20명 기소…담합 규모 약 6조

먼저 이날 처분된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에서 검찰은 국내 밀가루 시장을 과점하는 대한제분(001130)·사조동아원(008040)·삼양사(145990)·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법인 6곳, 개인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5년 9개월간 밀가루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는 방식으로 5조 9913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2023년 1월 기준)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자체 첩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11일 제분사 5곳과 사건관계인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고, 강제수사 개시 약 40여 일 만에 대표이사까지 관여한 담합 실체를 확인했다. 공정위에 2차례에 걸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가담 정도가 중한 개인 14명을 입건했다.

앞서 검찰은 대한제분과 사조동아원의 전·현직 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3일 “범행을 자백하고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특히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36.12%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06%)이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28.82%)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06년 밀가루 가격 담합 당시 적발됐던 개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근무를 계속해 대표이사까지 된 후 다시 담합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해 11월 26일 처분된 설탕 가격 담합 사건에서 국내 설탕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 2개월간 3조 2715억원 규모의 가격 담합을 벌인 사실도 밝혀낸 바 있다. 검찰은 담합을 주도한 CJ제일제당(097950)과 삼양사 국내 1·2위 제당업체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임직원 9명과 법인 2곳을 불구속 기소했다.

제당 3사는 원당 가격이 상승할 때는 설탕 가격 인상을 신속히 반영하면서 원당 가격 하락 시에는 설탕 가격 인하를 과소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 기간 설탕 가격은 최고 66.7%까지 치솟았다.

한전 입찰 담합으로 전기료 상승 초래…4명 구속

올해 1월 20일 처분된 한국전력공사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담합 사건에서는 효성중공업(298040)·현대일렉트릭·LS(006260)일렉트릭·일진전기 등 관련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는 4개사를 포함한 10개 법인이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7년 6개월간 145건, 총 6776억원 규모의 입찰을 담합한 사실이 확인됐다.

담합을 주도한 4개사 임직원 4명이 구속 기소됐고, 관련 업체 임직원 7명과 법인 8곳이 불구속 기소됐다. 부당이득액은 최소 16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담합 기간 평균 낙찰률은 9697%에 달했으나, 담합 종료 후에는 6774%로 급락해 최대 약 30%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같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찰금액이 한전의 전기생산 비용 증가와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됐다고 밝혔다.

(사진=챗gpt)
이재명 대통령, 물가 담합 점검 강경 지시…수사 도화선

이번 대규모 담합 수사는 이 대통령의 강경 대응 주문이 도화선이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가 지나치게 상승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업체 간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계 부처의 점검과 강도 높은 조치를 주문했다.

당시 주병기 공정위원장도 “국제 밀 가격과 국내 밀가루 가격 격차가 최근 4년간 30% 이상 벌어졌다”며 시장 구조적 문제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12월에도 “부당하게 담합해 물가를 올린 사례를 철저하게 점검해달라”고 재차 당부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담합 가담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범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미국(징역 10년 이하), 영국(징역 5년 이하), 캐나다(징역 14년 이하)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또 법인에 대한 과징금이나 벌금만으로는 담합을 실행하는 개인에게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주지 못하며, 오히려 과징금이 제품 원가에 전가돼 소비자 피해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외 검찰과 공정위 간 자진신고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우선 조사 착수 기관을 실시간 협의하는 미국식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내놨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향후에도 고기·주류 등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다른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도 엄정히 살펴보고, 담합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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