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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비단길` 펴 준 野…`기소시 직무정지` 당헌마저 개정(종합)

이상원 기자I 2022.08.26 17:31:32

野, 비대위 마지막 날 당헌 개정
전대 `룰`부터 국민여론 30% 반영부터
`유죄 판결 시 직무정지`개정시도 까지
`친명`계 최고위 포진에 `李의 민주당`
반명 "모든 일, 이재명 위한 것이었다"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우상호 號’가 80일 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린다. 세 번의 선거 패배 이후 당 내홍을 겪으며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둔 우상호 비상대책위였지만 마지막 날까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른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을 빚은 당헌 개정안이 26일 재투표 끝 최종 통과하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인근에서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비대위 마지막 날까지 당헌 개정…비명 “이렇게 급할 일인가”

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 온라인 투표 결과 ‘기소 시 당직 정지’ 관련 규정 등이 포함된 당헌 80조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송기헌 중앙위 부의장이 발표했다. 566명 중앙위원 중 418명이 투표했고 찬성 311명(54.95%)으로 과반 가결됐다.

이번 당헌 개정안의 통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중앙위를 열고 ‘권리당원 전원 투표제를 전당대회에 우선해 최고의결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당헌 제14조의 2 신설 조항을 포함한 당헌 개정안 수정을 추진해왔지만 중앙위에서 최종 부결됐기 때문이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비대위는 중앙위 결과 발표가 끝난 직후 긴급회의를 열었고 ‘권리당원 우선 투표제’를 제외한 수정안을 재차 당무위에 부쳤다.

수정안에는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벌어진 당헌 80조 개정안이 포함됐다. 이는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원안을 유지하되 당무위에서 의결을 거쳐 결정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수정안에 대해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큰 이 후보를 검·경 수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 개정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중앙위 의결 후 한 ‘비명’(非이재명)계 의원은 “긴급하지 않은 사안이다. 조금 더 숙고해도 될 일을 비대위 마지막 날까지 통과시켜주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며 “‘이재명 체제’를 위한 사전 조처를 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이재명’ 방탄용을 떠나 전·현직 의원의 약 20여 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을 막기 위한 선제 조처로 당헌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마지막 기자 간담회에서 “정치적 절충과 정치적 해법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특정인의 사당화를 만들기 위해 비대위가 앞장서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상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지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당대회 경선 `룰`부터 李 `맞춤형`이었나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론 우상호 비대위가 ‘이재명 체제’의 비단길을 깔아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당대회에 앞서 ‘룰’(Rule) 방식을 결정할 당시부터 이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판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지난달 4일 당 대표 컷오프(예비경선)에서 ‘중앙위원 100%’ 선출방식을 ‘중앙위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했다. 당심과 민심을 좁히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대선 전후로 이 후보를 지지했던 강성 지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 적용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을 거치면서 전통 당원들이 빠졌고 ‘이재명 고관여 층’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의 룰 변경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전준위는 지난 16일 당헌 80조 1항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동시에 검찰 기소 시 ‘정치 탄압’으로 직무 정지를 판단하는 주체를 중앙당 윤리위원에서 최고위원으로 바꿨다.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윤리위원보다 정무적인 판단에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이 또한 이 후보를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쓴소리가 오갔다.

지난 21일에 치러진 호남권 경선 순회 기준, 이 후보는 누적 득표율 78.35%를 기록하고 있다. 오는 26일 서울과 정치적 고향인 ‘경기’ 결과만 남겨두고 있다. 117만여 명의 권리당원 중 가장 많은 23만여 명이 있는 경기도에서도 이 후보의 압승이 예견된바, 사실상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의 기류는 굳혀졌다는 관측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고민정 후보를 제외하고 정청래·서영교·장경태·박찬대(9.47%) 의원 등이 당선권에 포진하며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의 완성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상호 비대위가 특정인을 위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후보를 위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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