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신임 관장은 “다른 고대 문명과 달리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전시를 공동으로 기획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옐레나 래킷 메트로폴리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수천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작품들을 선보인다”며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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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문화 혁신’은 도시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노동이 분업화·전문화되고 신전을 중심으로 물품의 수합과 재분배가 이루어지면서 사제 계급과 정치 계급이 통제권을 갖는 위계 사회로 나아갔음을 그릇을 키워드로 설명한다. 13점의 쐐기문자 점토판 문서와 11점의 인장을 전시해 놓았다. 작은 점토판에 빽빽이 담긴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각 점토판의 내용과 해설을 담은 키오스크를 별도로 배치했다.
2부 ‘예술과 정체성’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초상’에 대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태도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주제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인물상을 만들 때 개별 인물의 개성적 특징을 본뜨는 것이 아니라, 지위와 업적에 걸맞은 이상적인 속성을 조합했기 때문에 개별 상의 생김새는 매우 유사하다. 통치자였던 구데아나 우르-남마의 상에는 누구의 상인지 밝히는 명문이 몸체에 남아 있어 글과 상의 보완적인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3부 ‘제국의 시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대표하는 두 제국인 ‘신-앗슈르(신-아시리아) 제국’과 ‘신-바빌리(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대표적인 예술을 다룬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후반기에 등장한 두 제국은 정복 전쟁과 강력한 통치력 못지않게 왕성한 예술 활동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 메소포타미아 건축을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이쉬타르 문·행렬 길을 장식했던 ‘사자 벽돌 패널’ 2점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고대근동학회와 협력하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지명과 인명을 쓰는 대신 악카드어 원어의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했다. 악카드어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보편적인 공용어로 사용된 언어다. 양희정 학예연구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며 “인류 문명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현대까지 지대한 영향을 남긴 문명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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