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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도사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맡았다. 강 전 의장은 “만감이 교차한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모시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들은 이제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간 온갖 폄훼와 모욕이 가해졌지만 박정희 시대는 우리나라를 넘어 20세기 세계사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이 증오와 복수심에 빠져 현대사의 기억을 말살하려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국민들을 편가르고 모든 제도적 권력을 장악했다. 더 이상 허물어지기 전에 나라를 살리는데 모든 기회와 힘을 모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행사는 종료 후 문제가 터졌다. 김 위원장을 향해 보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이들은 “여기 왜 왔느냐”, “보수를 망치지 말라”, “박 전 대통령이랑 사진 찍으러 왔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보수 유투버들은 “보수를 버리자고 했는데 보수를 버리면 뭘로 할 거냐” 등 김 위원장의 행보에 불만을 터트렸다. 행사에 같이 참석했던 주 원내대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조문을 위해 중간에 빠져나와 김 위원장에게 모든 화살이 집중됐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빠르게 차량에 탑승했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김 위원장의 전략은 당내에서도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의 5선 조경태 의원이 비대위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 주장을 재점화했고, 장제원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특검과 관련 당 지도부에 “진퇴를 걸어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당 원로들도 김 위원장의 편이 아니다. 지난 20일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위원장 면전에서 공격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야당은 여당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어야 하고 적극적이어야 하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비판적이어야 한다”며 “야당이 그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략 수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 그는 “지난 총선에서 특히 서울에서 저희가 많은 패배를 겪었기 때문에 이걸 만회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전략 고수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