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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키로…낙태죄는 현행 유지

박경훈 기자I 2020.10.06 14:10:59

7일 관련 법 개정안 입법예고…헌재 헌법불합치 결정 후 1년 6개월 만
'낙태죄 전면 폐지' 여성 단체 반발 예상…찬반 논란 거세질 듯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6개월 만에 나온 정부의 조치이지만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한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연합동아리 모두의페미니즘 회원 및 관계자들이 낙태죄 전면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정부는 7일 오전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골자는 14주까지는 낙태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낙태죄 자체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정부의 조치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을 개정하라고 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임신 중단 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해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입법예고가 되는 날부터 40일 이상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고민 끝에 낙태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 입법예고안은 지난 8월 발표된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와도 어긋난다. 당시 위원회는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 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온 상태로 향후 거센 찬반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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