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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 전 대통령을 대리하는 강훈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 전 대통령은 1심 판결 유죄부분 전부에 대해 항소하기로 했다”며 “항소장은 이날 오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 선고 이후 항소 여부를 두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통상 1심 선고된 후 수일 내에 즉시 항소하는 것과 달리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 여부를 미뤄왔다.
강 변호사는 지난 8일 “이 전 대통령이 1심 판결에 크게 실망해 항소해봤자 의미가 있겠냐고 여긴다”며 “동시에 사법 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고 항소하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도 한다”며 항소 포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재판 보이콧’으로 정치 싸움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다. (이 문제로) 재판받는 것은 치욕적”이라며 “일부 정치재판이라는 비판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항소하기로 하면서 정치싸움 대신 법정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검찰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이 일부 무죄를 받은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와 삼성 뇌물 등 주요 혐의를 두고 검찰과 다시 한번 치열한 법정 공방에 들어서게 된다.
앞서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요 쟁점이었던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횡령과 뇌물에 더해 조세포탈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총 16개 중 다스 비자금 조성을 통한 업무상 횡령과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용 대납(뇌물)을 포함한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유죄로 인정된 7개 혐의를 항소심에서 전부 다툴 예정이다. 1심 재판부가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의 진술을 유죄 인정의 결정적 근거로 삼으면서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뒤엎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입증취지는 부인한다는 전제로 모두 동의한다”고 밝혀 증인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측근들의 진술 신빙성을 뒤엎기 위해 이들을 법정으로 부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서울고법은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할 재판부를 조만간 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