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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세무조사 부담 덜어준다는데.. "장사가 안되는데 무슨 소용"

이진철 기자I 2018.08.17 15:57:20

국세청, 569만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조사 한시 면제
사후 세무검증 내년말까지 유예.. 소득신고 부담 낮춰
경기침체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실질적 경영지원책 나와야

한승희 국세청장이 16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자영업자 · 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국세청이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569만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경기 침체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에 도움을 주고자 세무검증 부담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심적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만 있을 뿐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 경영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지적이 제기된다. 세무조사 면제가 탈세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요즘 대부분의 매출이 카드 결제로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세무조사를 받을 만큼 장사가 잘 됐으면 한다는 자조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 한시 면제.. 사업에만 전념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최근 경영여건이 악화한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종합 지원을 위한 특단 대책을 강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이번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당초 16일 예정돼 있던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연기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급히 일정을 바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움이 객관적 현실이고 국민으로부터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해 (국세청이)그런 조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무조사 한시 면제가 정부의 상징적인 대책일 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세통계를 보면 2016년 세무조사를 실시한 개인사업자는 4985건, 부과세액은 101억원 수준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체 개인사업자 중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인원이 절대적 수치로는 적게 보이지만 자영업자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사후 세무검증을 내년 말까지 유예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후 세무검증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납부한 세금의 적절성에 대해 국세청이 서류를 중심으로 확인하는 제도다. 세무공무원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세무조사 못지않게 부담이 크다. 사후검증은 2013년 10만5129건까지 늘었다가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2015년 3만3735건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 “불합리합 세법 게정하고 공정한 세정서비스 우선돼야”

국세청은 이번에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에서 전체 개인사업자 587만명 중 약 89%에 해당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519만명에 대해 세무검증 부담을 한시적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특히 수입금액이 도·소매업 등 6억원, 제조업·음식·숙박업 등 3억원, 서비스업 등 1억5000만원 미만의 개업사업자는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가 전면 유예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전면 유예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국세청은 조사착수가 이미 사전통지된 경우는 납세자 신청을 받아 유예가 가능하고, 내년 말까지 소득세·부가가치세 신고내용 확인도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전체 70만개 법인 중 약 71%를 차지하는 매출 기준 10억~120억원의 수입금액 규모가 작은 50만개 소기업·소상공인 법인도 내년 말까지 법인세 등 신고내용 확인을 전면 면제한다. 또한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하 중소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선정 제외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사업에서 실패한 영세 자영업자의 신속한 재기지원을 위해 예금·보험금, 매출채권 등에 대한 압류 등 체납처분 유예도 실시한다. 올해 도입된 체납액 소멸제도는 폐업한 사업자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하면 세금 체납액 중 3000만원까지 납부 의무를 면제해준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특혜를 하는 관행은 후진국 행태”라며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불합리한 세법을 개정하고 공정하게 전문적인 세정 서비스를 고민하는 것이 영세 사업자들에겐 더 큰 혜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세청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파격적인 세무조사 면제라는 카드를 내놓은 만큼 내주 당정이 내놓을 자영업자·소상공인 종합 지원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가 주목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 청량리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임대료와 환산보증금을 올리는 문제,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추는 문제 등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를 보고 있다”면서 “이번 소상공인 대책에 모든 것이 다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모아서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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