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 탐방
2800억 투자해 면적 2배 확장
R&D·생산·테스트·수출 통합형
레이다·CMS·전자광학 개발 박차
[구미=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지난 12일 오후 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구미 신사업장은 최첨단 무기가 집약된 K방산의 전초기지와 같았다. 공장 제조동에 들어가는 순간 직각 사다리꼴 모양의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웅웅” 소리를 내며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해 국내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천궁)에 탑재되는 다기능레이다(MFR)의 안테나 유닛이었다. 이 육중한 레이다 안테나 유닛이 1.5초에 1바퀴를 빠르게 회전하는 모습은 현장을 압도할 정도였다.
현장에서는 천궁-I의 MFR를 천궁-II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항공기 등 공중 표적을 방어하는데 특화된 천궁-I에서 탄도 미사일까지 요격 가능한 천궁-II에 맞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동시에 개량하는 업무였다. 한화시스템의 MFR은 수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탐지하고 수십개의 표적을 동시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성능이 개선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가 적용된 천궁-II MFR은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로와 수출계약을 맺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박혁 한화시스템 레이다사업센터장은 “방공망에 배치된 천궁 제품을 이곳으로 가져와 다시 뜯고 개선한 뒤 시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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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억 투자한 신사업장…면적 2배로 넓어져이날 한화시스템은 MFR뿐만 아니라 함정 전투체계(CMS), 최첨단 전자광학 제품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곳은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25일 준공한 신사업장으로, 총 2800억원을 투자해 기존 1만3630평 대비 2배 이상 커진 2만7000평으로 지어졌다. 최첨단 생산 기지를 확보해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글로벌 안보 수요 확대에 맞춰 나가기 위한 투자였다.
사업장이 2배 이상 확장되면서 연구개발(R&D)부터 생산·테스트·수출 기능이 한 곳에 집약된 통합형 체계를 구축한 것이 신사업장의 특징이다. 국내 방산 업계 최대 규모인 1500평 규모의 클린룸과 약 700평의 자재관리실도 갖춰져 있다.
 | |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제조동에 위치한 근접전계시험장.(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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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S·전자광학 등 핵심제품 양산
한화시스템이 2020년 12월 수주 계약을 따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함정 전투체계(CMS) 개발도 진행 중이었다. CMS는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체계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대한민국 해군 함정 99%에 CMS를 공급하고 있으며, 동남아에도 수출 실적을 거두며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무인수상정 군집운용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2024년 10월 세계 최초로 경남 진해 앞바다에서 무인수상정 운용기술을 시연했다.
개발시험동에 들어가니 널따란 공간에 컴퓨터처럼 보이는 콘솔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3개의 화면과 함께 트랙 마우스, 키보드 등 입출력 장치가 결합된 형태였다. KDDX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센서 및 무장체계를 통합해 동시 다발적인 전투 상황에서 지휘 및 무장통제 역할을 수행한다. 한화시스템 직원은 “실제 함정에 탑재되는 장비들의 운용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개선 요구 사항들을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CMS)의 함정 탑재 전 사전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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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화시스템의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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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에 탑재되는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 적외선 탐지·추적장치(Infra-Red Search and Track)등을 포함해 중대형 항공기에 탑재될 전자광학 장비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EO TGP는 전투기 하부에 탑재돼 지상의 표적을 주·야간으로 탐지 및 추적하고, 정밀 조준하는 최첨단 전투기의 핵심 임무 장비다. 미국·프랑스와 같이 일부 선진국만 개발에 성공했을 만큼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자광학 기술의 꽃’으로도 불리는 기술이다.
 | | 한화시스템 직원이 K2 전차장 조준경의 주간 광학 및 레이저 정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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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광학 제품의 조립은 약 650평 규모의 청정실에서 이뤄진다. 새하얀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클린룸에서 조준경과 발진기 등을 시험하고 조립했다. 이곳의 월 최대 생산능력은 경기관총 조준경 500대, 라만 레이저 발진기 40대에 달한다.
한화시스템의 조준경도 주요 장비 중 하나다. 전차의 ‘눈’ 역할을 하는 조준경은 주야간 표적을 정확하게 관측하고, 조준해 전차의 공격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2021년 방위사업청과 K1E1 전차 성능개량 포수조준경 체계개발 사업에 참여해 개발을 완료했으며,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 | 한화시스템 직원이 실거리 시험장에서 K2 전차 조준경 실제 거리 측정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한화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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