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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그렇게 쉴 새 없이 떠들며 기자를 이끌었다. 시끄러운 로봇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화장실 가는 걸 동네방네 알리는 기분이라 순간 민망해졌다.
민망함을 뒤로하고 로봇을 열심히 따라갔다. 간혹 지그재그로 이동하기도 했지만 마주 오는 사람을 잘 피하면서 에러 없이 무사히 화장실까지 안내했다. “야호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경쾌한 말을 끝으로 다른 사람을 안내하기 위해 제자리로 돌아갔다. 9호선 상징 색 ‘황토색’으로 무장한 브이디로보틱스의 화면 기반 안내로봇 ‘케티봇’이다.
브이디로보틱스는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충족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14일부터 9호선 노량진역과 동작역에서 지하철 안내로봇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로봇에 부착된 18.5인치의 대형 광고판으로 상업적 수익을 얻으면서도 고령층이나 해당역 첫 방문자의 길 안내를 도우며 공공성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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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들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가도 사람이 지나가거나 로봇 앞에 멈춰 서면 방향을 틀어 요령껏 피해 갔다. 작정하고 우회 경로까지 막아버리자 로봇은 우왕좌왕 당황하기도 한다. 잠시 후 “실례합니다”라며 정중하게 자신이 지나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슬쩍 비켜주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기 갈 길을 갔다.
평소 동작역을 자주 지나간다는 권모(61) 씨는 발걸음을 멈춰 약 10분 간 로봇을 구경했다. 해당 로봇이 안내 기능도 한다는 설명에 권씨는 “동작역은 자주 오는 곳이지만 처음 가는 길은 막막하지 않나. (길이 어려울 때) 안내해 줄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 유용할 것 같다”며 “로봇이 사람 눈에 더 잘 띄게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이디로보틱스가 실증사업을 진행할 지하철역으로 노량진역과 동작역을 선택한 이유는 권씨의 말과도 연관이 깊다. 두 역은 길이 복잡하고 유동인구가 많아 역무원에게 길 안내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지하철 이용자와 역무원의 불편을 동시에 덜어주는 기술이 필요했다는 게 브이디로보틱스 측 설명이다. 실제로 안내로봇은 역무실 연결이 가능한 개찰구 바로 옆에 배치돼 있다. 역무원에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로봇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신현일 브이디로보틱스 로봇광고TF 이사는 “노량진의 경우는 시니어분들이 많아서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를 일일이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중복된 문의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노량진역에는 안내에 방점이 찍힌 로봇들로 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증사업은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운영한 후 그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시민에 불편을 끼치지는 않았는지를 보는 ‘안정성’, 로봇에 표시된 광고가 사람들에게 잘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는 ‘광고 효율성’ 등을 평가해 실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하철 안내로봇은 현재 평소 문의가 많은 목적지로 안내하거나 정해진 광고만 제공하는 등 제한적인 기능으로만 시범 운영 중이다. 신 이사는 “향후 로봇에 별도로 카메라를 탑재한 후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사람들이 광고를 응시하는지 파악하는 등 인공지능 소프트웨어(SW)를 추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성별, 나이대 등을 파악해 대상자에게 맞는 광고를 보여주는 기능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 개인정보는 비식별화 하되 광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브이디로보틱스는 이번 지하철 안내로봇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도시공간 내 다양한 접점에서 로봇과 일상 연결을 실현하기 위한 서비스 실증을 지속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