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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이 후퇴한 게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연초부터 이어진 엔저와 주가 상승 흐름이 끊기면서 닛케이 평균이 2월22일 신고점(3만8915)을 경신했던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엔 환율이 146엔대 중반을 기록했다. 지난 8일 발표한 2월 미국 고용통계에서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달러 매도, 엔화 매수가 확산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마이너스 금리 해제 기대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물가와 임금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BOJ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선언할 조건을 충족했다는 평가다. 이에 시장에서는 달러는 매도, 엔화는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엔저에서 엔고 전환으로 수출기업의 실적을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 대표주인 도요타자동차는 장중 한때 4% 급락했고, 닛산자동차 역시 5%대 하락하는 등 자동차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농기계 제조사인 쿠보타, 캐논 등의 수출주도 하락 마감했다.
마츠모토 후지오 오카산증권 수석 전략가는 “내년(2025년 3월기) 실적 전망의 전제가 되는 환율이 엔고로 움직이면서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점도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중 도쿄전자는 6%대, 어드밴테스트는 7%까지 하락했고, 소프트뱅크 그룹주 역시 장중 6%대까지 빠졌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황제 엔비디아가 급락한 여파다.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 이상 빠졌다. 최근 일본 반도체주들은 미국과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는데, 그 여파로 도쿄 증시에서 반도체주도 동반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사카이 유스케 T&D 매니지먼트 시니어 트레이더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연초부터 비정상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이런 하락은 반작용으로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닉 매도라면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끊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일본 증시 상승을 떠받쳐온 엔저 가속화에 따른 실적 확대 기대와 반도체 주가 강세가 동시에 재검토되면서 지수는 크게 하락했다”면서 “다만 일본 기업의 경영 개혁에 대한 기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