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안건도 중국과 러시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어 현실화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 총회 때는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바이든 대통령을 제외한 4개국 정상은 모두 불참하면서 ‘유엔 파워’ 자체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바이든, 유엔 안보리 개혁 제언
존 커비 미국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유엔 총회 연설에서 193개 회원국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19일 예정돼 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은 안보리 조직 구조를 살펴볼 때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안보리 구조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을 주축으로 세계 평화 안전 보장과 전쟁 방지를 목적으로 1945년 설립한 국제기구다. 유엔 회원국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안보리다. 안보리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상임이사국은 비토권(Veto)이라고 불리는 거부권을 지닌 만큼 힘이 막강하다. 특히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탓에 북한 도발, 북러 정상회담 등에 대응초자 하지 못하면서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엔 헌장에 반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유엔 차원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 한 채 방치했다. 이런 탓에 설립 78년 만에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비 조정관은 “나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이 이사국 확대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에 인도, 브라질,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5~6개국을 새롭게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를 두고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결할 수 없는 안보리 규정에 손을 댈 가능성도 있다.
남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며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안보리가 오늘날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그저 ‘잡담 장소’(talk shop)로 전락할 것”이라며 “유엔과 같은 단체들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각각 이해관계 탓 ‘산 넘어 산’
다만 이를 현실화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려면 193개 회원국의 최소한 3분의 2 수준인 128개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이미 이번 총회를 앞두고 회원국으로부터 안보리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각국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파키스탄은 개혁은 찬성하더라도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안보리 개혁은 유엔 헌장까지 수정해야 해서 결국 모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번 논의도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유엔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유엔 총회 일반 토의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국은 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년 연속 불참은 예견됐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총회장을 찾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기간 파리를 찾는 영국 찰스 3세를 맞고, 니제르 등의 쿠데타에 대처하기 위해 불참하기로 했다. 수낵 총리는 불참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유엔의 흔들리는 권위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