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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광장의 특성과 집회 및 분향소 설치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유가족협의회의 추모 감정(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유가족들이 분향소 설치를 근거로 신자유연대들을 배제하고 (이태원) 광장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해 12월29일 법원에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의 분향소 출입과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 분향소 반경 100m 이내에서 방송이나 구호 제창, 현수막 개시 등 행위를 통해 인격권을 훼손하고 분향소의 평온을 해치는 등 ‘2차 가해’를 한다며 추모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고도 했다.
법원은 지난달 14일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고 협의회 측에 추가 준비서면과 소명자료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 측은 지난해 12월14일 이태원광장 인근에 합동분향소 설치 당일부터 현재까지 신자유연대가 대형현수막을 설치하고 확성기를 동원해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인신공격적 시위를 벌이면서 추모 행위를 방해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에 참석한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당초 분향소를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두려고 했지만, 인근 상인들도 많은 고통을 감수하고 있고 영업권 등을 고려해서 사고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에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단지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온전한 추모와 시민들의 위로를 받기 위함이었는데, (일각에서) 반정부 세력이라며 용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정치적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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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이날 협의회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신자유연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신청 취지 중 ‘채권자(유가족)들의 인격권을 훼손하고 분향소의 평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부분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이번 가처분 신청은 채무자(신자유연대)의 광장 집회 금지를 구하는 것과 같다”며 “인용 시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당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향소가 설치된 곳은 ‘이태원 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으로, 거주자와 상인 등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차량과 보행자들이 왕래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장례식장이나 추모공원처럼 오로지 유가족이나 추모객들이 경건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를 할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