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높은 기온으로 경기북부지역의 포천과 파주, 남양주 일대 대표적 생산과일인 사과와 배 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과수농가의 일꾼 역할을 했던 외국인노동자들의 입국도 크게 줄어 이 무렵 꽃 인공수분 작업을 해야 할 인력조차 수급에 차질을 빚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21일 경기북부지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3~4월 평균기온이 최근 5년간 평균기온보다 1.6℃이상 높게 지속되고 이번달 1일부터 15일까지는 1.9℃가 높아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 과수의 개화시기가 평년대비 10일가량 빨라졌다.
높은 기온으로 과수의 꽃이 빨리 피는 것 자체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최근 이 지역 기후가 높은 기온을 유지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서리가 내리거나 기온이 내려가면서 수분을 마친 꽃이 냉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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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근 파주시 원예작물팀장은 “보통 배의 경우 한개의 화총에서 8개의 꽃이 순차적으로 피어 주로 가장 품질이 좋은 3~4번 꽃으로 열매가 맺히도록 하지만 수분을 마친 뒤 냉해가 닥치면 울며 겨자먹기로 그 이후에 피는 꽃으로 다시 수정을 해 착과하도록 할 수 밖에 없어 과수 품질 저하의 우려가 있다”며 “여기에 뒤늦은 서리까지 내리면 사실상 착과가 불가능해져 과수농가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포천시의 대표 과수작물인 사과농가의 사정도 비슷하다.
사과는 하나의 화총에서 5개의 꽃이 피는데 가장 당도가 높고 모양도 좋은 가운데 피는 꽃으로 착과를 하지만 문제는 이 가운데 꽃이 가장 먼저 핀다는데 있다.
실제 포천 지역에서도 남부에 있는 군내면이나 가산면은 이번달 20일부터 22일 사이 대부분 가운데 꽃이 피어 현재 한창 인공수분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거나 때늦은 서리가 내릴 경우 가운데 꽃 주변의 측화로 다시 인공수분을 할 수 밖에 없어 품질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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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영중면에서 약 1700주의 사과나무를 경작하는 정경훈 농민은 “꽃 인공수분, 꽃 따기 등 이맘때 해야할 일이 사과수확 시기 다음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2월부터 인력사무소에 외국인노동자 신청을 해도 아직 배정이 안된 상태”라며 “그나마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조차 바깥일을 해야하는 농사일 보다는 야근수당에 휴일수당, 초과근무 수당까지 받을 수 있는 공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어 올해는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경기북부지역 과수 농민들은 기후 피해에 더해 인력부족까지, 이중고를 극복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과수 농가들을 대상으로 냉해 피해를 조사하고 있지만 언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지 몰라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도 차원에서 방열팬 설치 등 냉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설비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