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기업 옥시덴탈…390억달러 부채 축소방안 모색

방성훈 기자I 2020.05.06 13:54:40

자산 매각 여의치 않자 투자은행 통해 대안 자문
할인된 채권 매입 또는 만기 연장 채권으로 교환 검토
자산 매각은 유가 회복시까지 유보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 급락으로 30년 만에 배당금을 대폭 삭감함 미국 셰일오일업체 옥시덴탈페트롤리엄이 부채를 400억달러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자산 매각해 부채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여의치 않아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옥시덴탈이 최근 투자은행 모엘리스앤드컴퍼니로부터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언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약 35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중 일부를 할인된 가격으로 다시 사들이거나, 만기를 늦춘 채권으로 교환하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제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옥시덴탈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390억달러다. 부채의 대부분은 작년 8월 경쟁사인 아나다코페트롤리엄을 인수하면서 빌린 자금이다. 대규모 빚을 내고 아나다코를 인수한지 몇 개월 뒤 국제유가가 폭락해 셰일오일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했고, 그 결과 옥시덴탈은 막대한 부채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인수자금 중 100억달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로부터 빌린 돈이다. 옥시덴탈은 투자를 유치받는 대신 배당수익률 8%의 우선주를 버크셔에 지급했다.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는 1890만주의 옥시덴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이 회사채로 200억달러 이상이 2023년 이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다. 하지만 이들 채권은 최근 시장에서 60~80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만기가 2023년 이전인 채권들의 가격도 평균 90센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옥시덴탈의 시장가치가 1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인 150억달러로 쪼그라든 탓으로, 향후 회사채 시장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값이 싸진 채권을 회사가 다시 사들여 대차대조표상 부채를 줄이거나 만기를 연장한 채권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부채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옥시덴탈은 자본 지출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직원들의 급여를 줄이는 등 현금을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발표했다. 올해 분기 배당금도 주당 79센트에서 11센트로 86%나 깎았다. 옥시덴탈이 배당금을 줄인 것은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후 30년 만이다.

소식통들은 옥시덴탈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화학 부문 자산 매각은 유가가 회복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팔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매입하겠다는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아나다코의 아프리카 자산을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에 88억달러를 받고 매각하려고 했으나, 일부 국가에서 제동을 걸린 상태다.

모엘리스는 최근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의 자문위원회와 부채 감축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기업 사냥꾼’으로 이름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어떤 의견을 내놓을 것인지가 주목된다. 옥시덴탈 지분 10%를 보유한 아이칸은 지난 3월 “홀럽 CEO와 이사회는 인수전에서 무리한 도박을 벌였고, 결국 엄청나게 실패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옥시덴탈을 매각하는 방안도 배제해선 안된다고 했다.

WSJ은 옥시덴탈이 모엘리스로부터 자문 받은 계획들이 실제 대차대조표 개선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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