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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운영해 믿고 맡겼다”던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돌보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아이돌봄서비스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들 “믿는 도끼에 발 찍힌 기분…CCTV 설치해 직접 봐야 안심”
여성가족부가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의 대표 보육 정책 중 하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아이돌보미를 관리한다는 점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돌봄서비스는 신뢰의 대상이었다.
태어난지 8개월이 된 자녀가 있다는 박예은(34)씨는 “해당 서비스는 엄마들 사이에서 신의 서비스로 불렸다”며 “정부에서 서비스를 지원해주다 보니 아이돌보미에 대해 의심 없이 믿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금천구의 아이돌보미 김모(58)씨가 14개월 영아를 학대한 사건이 터지자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한 부모들의 무한 신뢰감은 곤두박칠쳤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돌보미는 보름에 걸쳐 영아를 총 34건 학대했다. 아이돌보미의 학대 사실은 CCTV를 통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 중인 부모 사이에서는 ‘우리도 CCTV를 설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게시글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이후 “아이가 걱정돼 CCTV를 구매하겠다”는 글은 하루 평균 200여 건이 게시됐다. 사건 발생 전주에 하루 평균 게시글이 110건이 올라온 데 비해 2배 가량 많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황미진(40)씨는 “현재 태어난지 19개월이 된 아기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겨놓은 상황인데 학대 사건을 접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기분이었다”며 “사건이 일어난 뒤 인터넷으로 CCTV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아이돌보미들은 부모의 CCTV 설치에 반기를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이돌보미로 활동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김금례(61·가명)씨도 최근 아이 엄마에게 CCTV설치 제안을 받았다. 김씨는 “‘거실에 CCTV를 설치했으니 아이를 카메라 반경 안에서만 봐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거절하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까봐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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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의 아동 학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일 여성가족부가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아이돌보미 자격정지 등 제재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자질부족으로 징계를 받은 아이돌보미는 매년 증가세다.
학대·부주의 등으로 자격정지와 자격취소 조치를 받은 아이돌보미는 지난해에만 총 16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5년 7명 △2016년 8명 △2017년 15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CCTV설치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돌보미 검증 시스템 강화와 아이 돌보미 역량 교육 실시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아동학대 사고가 발생하면 CCTV 같은 물리적 시스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아이돌보미의 윤리성이나 책임감 등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동 등 상대적 약자에 대한 보호서비스는 검증 과정이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돌보미의 교육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아이돌보미 교육의 구체적인 메뉴얼이 필요하다”며 “가령 ‘어떤 경우가 학대에 해당하는 지’ 등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일 △아동 학대 전수조사 △만족도 조사 △학대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