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타임] 첫 성관계 나이 평균 13.1세...10대 “콘돔을 어떻게…”

김민지 기자I 2018.11.22 13:25:05


[외면받는10대의性①]의료기기 콘돔…‘성인용품’ 취급
첫 성관계 나이 평균 13세…불법 낙태시술로 사망까지
합리적 피임 방법 절실하지만…실질적 정책 마저 없어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 청소년이 콘돔을 살 수 없어 비닐봉지나 랩을 사용해 피임한다는 글이 올라와 충격을 줬다. 대부분 콘돔은 성인인증을 하거나 성인용품코너에 있어 10대가 접근하기 어렵다.

외면받는 10대의 성. 제대로 된 피임을 하지 못한 채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미 10대 성교육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만 우리 사회에선 10대의 성을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첫 성관계 나이 평균 13.1세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 10대의 첫 성관계 나이가 13.1세로 나타났다.

한국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이 평균 초등 5~6학년 때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의 임신 경험률은 0.2~0.3%다. 이 가운데 임신을 경험한 청소년의 약 79%가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청소년 성 경험은 점점 더 빨라지고 많아지고 있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5%만이 ‘항상 피임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6년 청소년 피임실천율은 51.9%에 그쳤다.

미국 청소년의 98.8%가 피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가 불법 낙태 시술로 목숨까지 잃는 사고도 발생한다.

2012년에는 임신 23주째였던 여고생이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수술 도중 자궁에 생긴 구멍 때문에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해당 병원은 현금 650만원을 요구하며 수술을 권했고 문제가 생기자 잠적했다.

첫 성경험 나이가 낮아지면서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단체 청소년상담는 “10대 여학생의 임질, 자궁경부암 등 성병 상담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적 피임 방법 시급하지만…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닌 피임·성병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3등급 의료기기’에 속한다. 따라서 현행법상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콘돔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특수형이다.

일반형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특수형은 ‘유해 물건’으로 지정돼 미성년자가 살 수 없다. 특수형을 사는 미성년자나 이를 판매하는 업주 모두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2011년 성적 자극을 위해 제작된 특수형 콘돔은 유해물건으로 지정해 미성년자에게 팔 수 없도록 지정했다”며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모(20)씨는 “특수형이나 일반형 상관없이 콘돔은 피임기구이자 성병 예방을 위한 것일 뿐인데 어떤 근거에서 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콘돔을 판매하는 업주는 일반형과 특수형을 나눠 진열해 판매해야 하지만 이런 규정을 잘 모르거나 성인용품 코너에 그냥 섞어놓고 판매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접근이 사실상 어렵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고 싶어도 성인인증을 해야 한다. 약국에서 사고 싶어도 약사와 직접 대면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약국 구매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 또한 불법 사이트나 ‘카톡 거래’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프진을 검색하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됐습니다’라며 성인 인증을 요구한다. 김영숙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100%의 피임 방법이 없는 이상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승관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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