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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 한국전력 본사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근로자 안모(여·62)씨가 건넨 농담이다. 지난해 9월 10조원이 넘는 금액에 현대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맞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얘기다.
21일 찾아간 한전 사옥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입주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내부 주차장도 텅 비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많은 차가 세워져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오래된 내부 자재를 실어나르는 1톤 트럭들이 쉴새 없이 오고 갔다.
◇10조 품은 한국전력 부지… 개발 기대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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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부동산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한전 부지를 감싸고 있는 영동대로 96길 주변 10층 이하 저층 건물의 호가(매도자가 부르는 가격)는 단기간에 20%가량 급등했다. 가격이 오르자 매물이 모두 사라졌다. 건물주나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물건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주변 상권의 침체도 이어졌다. 1500여명의 한전 임직원들이 지난달 1일부터 나주 혁신도시로 둥지를 옮기자 일대 상권에선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현대차 입찰 후 넉 달 가까이 잠들어 있던 삼성동 부동산시장을 깨운 것은 지난 18일 정부가 내놓은 ‘제7차 투자활성화 대책’이다. 삼성동 한전 부지를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부분이 대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울시와 협의해 통상 2~3년이 걸리는 용도지역 변경과 건축 인허가 등의 절차를 1~2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한전 부지 개발을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한전 부지에 105층 건물을 지어 그룹 이미지를 높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칭)의 규모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차 계열사도 새해 들어 입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다음달에 현대위아 계열사 직원 60~70명, 7월 중 현대글로비스 임직원 600여명이 사무실 임대 계약 기간에 맞춰 입주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현대파워택·동부특수강·현대엔지니어링 등도 입주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임대료 1년 새 7.7% 올라… 건물 매매 호가도 15% ‘껑충’
한전 부지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삼성동 일대 상가의 월 임대료는 지난해 1분기 3.3㎡당 11만 880원에서 4분기 12만 8000원으로 1년 새 7.7% 가량 뛰었다. 집계를 시작한 2011년(10만 6600원)과 비교하면 20% 넘게 상승한 것이다.
건물 매매 역시 호가가 오른 채로 유지되고 있다. 이진수 글로벌PMC 상무는 “삼성동 한전 부지 주변 건물 몸값이 최근 4개월 새 10~15% 올랐다”며 “최근 매매를 고려하던 건물주들도 조기 착공 발표 소식에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동 일대 상업시설의 건물 매맷값은 3.3㎡당 1억~1억 1000만원, 3종 일반주거시설은 5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전 부지 조기 개발 계획이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개발이 본격화되면 한전 부지 주변의 부동산 투자와 거래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며 “다만 주변이 함께 개발돼야 그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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