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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장외투쟁…朴대통령의 데자뷔

이도형 기자I 2013.08.13 18:40:37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盧정부 종부세는 稅폭탄"
열린당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 2개월간 장외투쟁 주도
2013년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주체 바뀐 現정국 흡사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세금폭탄에 국민의 허리가 휘는데 노무현 정권은 생색내는 곳에만 돈을 쓰고는 돈이 없다며 세금만 더 거둔다. 이런 ‘철면피 세금 갈취정권’이 어디 있는가.”(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006년 1월25일 강원도 춘천시청 앞 ‘날치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장외투쟁’)

“서민들에게는 모래알 하나가 폭탄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민과 중산층에게 우선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한다고 말하는 박근혜 정부의 세금 정책이 ‘세금폭풍’이라고 말하는 것이다.”(김한길 민주당 대표, 2013년 8월12일 서울 여의도백화점 앞 ‘중산층·서민 세금폭탄저지 특별위원회 발족식’)

이른바 ‘세금 정국’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중산층 세(稅)부담 증가에 따른 논란으로 불과 나흘 만에 수정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란 주장을 이어가며 꺼져가던 장외투쟁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세금폭탄·장외투쟁과 같은 야당의 구호들이 정치권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3년 김한길 대표의 발언에 2006년 당시 박근혜 대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세월을 거쳐 주체만 바뀐 채 동일한 상황이 데자뷔(Dejavu)처럼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세금폭탄·장외투쟁…7년만의 반복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이 기간은 박 대통령이 야당대표로서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며 대권주자로서 발돋움한 시기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4대 개혁안(국가보안법·사학법·과거사법·언론관계법)은 물론, 부동산 정책 등에서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대표적인 이슈가 종합부동산세다.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를 ‘세금 폭탄’으로 규정해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 박 대통령은 자신이 사용한 ‘세금폭탄’을 고스란히 되돌려받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세제개편안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2주째 이어지는 야당의 장외투쟁도 박 대통령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8년 전인 2005년 12월9일 박 대통령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국회 밖을 뛰쳐나갔다. 한나라당과 박 대통령의 장외투쟁은 이듬해 1월 말까지 2개월여간 이어졌다.

당시에도 여당은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정세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적 작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새누리당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세금폭탄’과 ‘장외투쟁’을 연계시키는 전략도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장외 투쟁중이던 200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파탄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킨 현 정권이 반성은커녕 이제는 세금폭탄으로 나오고 있다”며 비판했다. 하루만에 무위로 돌아가긴 했지만 김한길 대표가 장외투쟁을 진행하며 ‘세금폭탄 저지 특위’를 설치하고 서명을 받겠다고 선언했던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세금폭탄’은 기민하게, ‘장외투쟁’은 침묵

한나라당과 박 대통령이 제기했던 ‘세금폭탄’ 프레임은 효과적인 정치공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세금폭탄’ 프레임을 정권교체의 핵심도구였다고 평가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2006년과 박근혜 정부 2013년의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년 전 청와대와 여당은 당시 야당의 대응에 미온적이었지만, 현재 박 대통령은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민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2주간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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