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디지털 시대의 이중성 '스마트폰 중독'

이순용 기자I 2024.07.23 16:32:11

분당제생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정 과장

[분당제생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정 과장] 요즘은 어디서나 스마트폰과 한 몸이 돼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루라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거나 배터리가 방전돼 쓸 수 없게 되어버리면 하루 내내 불안에 떨며 지내곤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부분도 분명하다. 어느새 지갑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은행이나 관공서 볼일도 편하게 앉은 자리에서 인증서 하나면 필요한 업무를 볼 수 있게도 됐다.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손쉽게 티타임을 가질 수도 있고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필요한 많은 자료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기억해 두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고, 더 이상 메모를 해 둔 것을 찾지 못해 동동거리는 일도 없어졌다.

단, 모든 일에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스마트폰의 존재로 우리는 24시간 휴대폰에 매인 신세가 되었다. 퇴근 후에도 일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학교가 끝난 이후에도 사이버 세상에서 괴롭힘이 계속되기도 한다. 자폐 증상으로 발달 클리닉을 방문하는 많은 어린이가 미디어를 멀리하라는 숙제를 받는다.

어린아이들조차도 요즘은 스마트폰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음식점 등 공공장소에 가면 시끄럽게 하는 아이를 조용히 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어주고, 아이는 그걸 멍하니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게다가 사춘기가 되면 또래 친구들과 사회관계망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라 밤낮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있게 되어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일도 흔하다.

우리는 그저 신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취해 그 이면을 보지 못했다. 이제야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싣고 있다. 우선 2세 미만의 영유아들에게는 절대 스마트폰 노출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아이가 대면으로 익혀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에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인터페이스와 영상에 노출이 되면 사회성, 언어 등의 정상 발달이 제한을 받는다. 선천적 자폐 증상이 아닌 경우 미디어 노출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자폐 증상이 좋아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 시기 스마트폰 노출을 금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어 학령기 전 아이들에게도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구체적인 규칙을 가지고 부모가 옆에 동반해서 보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혼자 조작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부모가 설정해 놓은 규칙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는 부모가 솔선수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시간을 정해놓고 쓰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적어도 잘 때만큼은 스마트폰을 잠자는 방에 두지 말고, 다른 방에 두고 충전하도록 해야 한다. 숙면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에게도 스마트폰 사용의 좋은 모범을 보일 수 있다. 집중해서 해야 할 과제나 업무가 있을 때는 스마트폰 사용을 일정 시간 완전히 차단해 주는 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특히 이런 경우 스마트폰 사용으로 원래 하려던 일에 주의집중이 잘되지 않아 자신이 주의 집중력 장애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의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는 요소를 원천 차단해 보고도 그러한 현상이 지속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디지털 디톡스가 조금씩 화두에 오르는 지금, 우리의 생활이 너무 스마트폰과 온라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요즘의 뉴트로, 레트로 열풍은 어쩌면 균형점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일지도 모른다. 부분적으로라도 아날로그를 다시 도입해 볼 때가 아닌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분당제생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정 과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