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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에 21년전 '소버린 사태' 재소환

송재민 기자I 2024.05.31 20:05:30

마켓인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1조3800억 지급 판결
최태원 회장 측 SK㈜ 지분 25.57%에 불과
'기업 사냥꾼' 행동주의 헤지펀드 먹잇감 될까
2003년 '소버린 사태' 당시 경영권 잃을 위기
"SK, 트라우마로 경영권 문제없는 방식 택할 것"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빌딩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3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단 예측 나왔다. SK는 과거 외국계 운용사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위기를 겪은 바 있어 경영권 타격에 대한 우려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지분매각 보다는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항소심 판결이 나올때까지 매년 배당을 받아 재원 마련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패하면서 지난 2022년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게 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이다. 특히 최 회장의 SK㈜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인정되면서 향후 최 회장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뒤따른다.

3월 말 기준 최 회장의 SK㈜ 지분은 17.73%(1297만5472주)다. SK그룹은 지주회사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SK㈜는 SK텔레콤(017670)(30.57%), SK이노베이션(096770)(36.22%), SK스퀘어(402340)(30.55%), SKC(011790)(40.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지분은 25.57%에 불과하다.

최 회장이 1조원의 현금 마련을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서면,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약한 고리 틈타 공격하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헤지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단순한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자회사와 계열사의 보유 지분 매각 등의 방식으로 단기적인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다. 회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측면이 있어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SK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타깃이 된 전적이 있다. ‘SK 소버린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03년 소버린 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최 회장의 이사회 사퇴를 요구한 사건이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위기까지 몰렸다. 소버린은 법원 공방이 마무리된 후 SK㈜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고 전량을 매각해 8000여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어 2022년에는 미국 헤지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가 SK경영진에 서신을 보내면서 한 번 더 위기가 찾아왔다. 서신은 소버린 사태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늘린 SK에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으로,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경영권 문제로까지 번지진 않았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 회장이 지분 매각보단 주식담보대출이나 비상장 지분 처분 등으로 현금 마련할 것으로 보는 시각 지배적이다. 특히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29.4%)을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보유하고 있는 SK 지분을 기반으로 배당금을 확보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힌다.

황용식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회장(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은 “우선 최 회장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중요하겠지만, 과거 소버린 사태라는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 경영권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1조원이 넘어서는 엄청난 금액을 마련하려면 비상장 주식을 팔거나 계열사를 팔아 재원 마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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