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박모(27)씨는 최근 며칠간 화재경보기가 울려 곤혹을 치렀다. 자정 가까이 되는 시각에 실외기 열기를 화재로 인식한 경보기가 복도에 울려 주민들에 주민들 끼쳤다. 박씨는 “에어컨을 많이 튼 것도 아닌데 폭염이 심해져서 아무래도 작년보다 열기가 뜨거워진 것 같다”며 “밤마다 ‘따르르릉’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
실외기가 보일러실 내부에 설치된 주거지뿐 아니라 야외에 설치된 건물에서도 화재 사고가 발생하며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 상가에선 건물 밖 실외기에서 불이 나 영화관 등에 머물던 시민 50여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일어났고, 전날엔 서울 광진구의 단독주택 2층 거실 에어컨 부근에서 불이 나 주택이 전소됐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40대 오모씨는 “작년에도 실외기 화재 사고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해는 더 더워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돌리다 보니 실외기가 걱정된다”며 “계속 틀어놓고 싶어도 잠깐 끄고 열기를 식혀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는 한모씨 또한 “날이 더우니까 실외기 때문에 문제도 많이 생기고, 화재경보기 한 번 울리면 주민 민원에 소방서까지 출동하니까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다.
에어컨 관련 소비자 상담도 크게 늘면서 A/S 받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이데일리 취재진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에어컨 A/S 예약을 잡아본 결과 2주 내에 예약 가능한 날짜가 없어 내선 예약만 가능했다.
소방당국은 7~8월에 냉방기기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며 시민들에게 화재 예방을 당부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서울에서 발생한 냉방기기 화재 368건 중 7~8월에 일어난 화재감 197건으로 53.5%를 차지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285건(77.4%)으로 가장 많았고 △기계적 요인 35건(9.5%) △부주의 19건(5.2%) 등이 뒤를 이었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실외기 주변에 먼지와 낙엽 등 타는 물질을 제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 이상 거리를 둬 설치해야 한다”며 “실외기실이 별도로 있다면 에어컨 작동 시 환풍구를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전선이 낡거나 벗겨진 경우는 전문가를 통해 전선을 교체해야 하고, 실외기 소음과 진동이 평소보다 크다면 즉시 제조업체의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