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승현 한광범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계열사 신고 누락 사건’ 정식 재판이 시작된다. 김 의장은 지난 2016년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을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벌금 1억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뒤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오는 26일 김 의장의 계열사 신고 누락에 대한 첫 공판 기일을 연다. 공판 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있어 김 의장은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2016년 대기업 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5곳을 신고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은 동일인(총수)을 비롯해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앞서 공정위는 해당 사안에 대해 경고 처분하고 사안을 마무리 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의장을 법원에 약식 기소했다. 김 의장은 관련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억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 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과료 등 재산형을 부과하는 절차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의장의 재판 청구 요건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최근 재판부를 다시 배정해 공판 일정을 잡았다.
이번 재판 결과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은행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최대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우리은행으로 돼 있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카카오와 KT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만일 김 의장이 정식 재판에서도 벌금형을 받는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잣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김 의장은 횡령 혐의까지 추가로 받고 있어 대주주 적격 심사 결과는 안갯속이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다음과 카카오 합병 당시 합병비율과 회계를 조작해 회사 가치를 부풀려 2조 8000억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김 의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 2부(부장 노만석)는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 관계자는 “계열사 신고 누락 부분은 담당자의 단순 과실로 공정위에서도 이를 인정해 경고 처분에 그쳤던 것”이라며 “대주주 적격 신청서는 감독 당국과 협의 중이며 재판 진행과 관계없이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