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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팬택 출자하면 배임죄 우려..팬택 출자 어려워져

김현아 기자I 2014.07.08 17:21:2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팬택 회생의 전제 조건인 이동통신사 출자전환이 쉽게 결론나지 않고 있다. 팬택 채권단은 8일로 출자결정 마감시한을 한차례 연기해 준데 이어 오는 14일까지 출자 결정을 해주면 된다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을 재차 압박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팬택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3사 합쳐 1800억 원에 달하는 단말기 채권에 대해 출자전환할 경우 주주 설득이 쉽지 않은 이유에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팬택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출자 전환이란 특정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맞바꿔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SK텔레콤(017670)은 900억 원, 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각각 450여 억 원의 팬택 채권을 갖고 있는데, 이를 출자전환할 의향이 없다는 얘기다.

팬택 건물 사진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큰 틀을 내놓고 이통사들에 참여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적자가 큰 회사에 출자하는 것을 주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팬택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안타깝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법에 위임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팬택에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의 보조금 규제 유예 혜택을 주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출자한다면 최악의 경우 배임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다.

형법에서는 배임죄를 (타인의) 사물을 처리하는 자가 신뢰를 위반하고 손해를 끼쳤을 경우 적용되는 죄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주체나 규제 요건이 추상적이어서 회사 경영진들이 ‘걸면 걸리는 법’이란 오명도 받는다.

또 다른 통신사 임원은 “세계적으로 밴더와 서비스(통신)를 동시에 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임원은 “현재 유통점에 깔려 있는 팬택 재고 단말기만 19만~20만 대나 된다”면서 “아직 이사회 개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은 이통3사로부터 출자가 최종 거부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고 법정 관리로 가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채권단에게 추가 출자를 호소했지만 어려운 상태이며, 최종 시한인 14일까지 이통사 출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될 듯하다”면서 “법정관리로 가면 다른 곳에 매각되기보다는 청산 수순을 밟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주주에게라도 매각되려면 부채 비율을 낮추고 우수 인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채권단은 물론 이통3사가 신규 출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이 역시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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