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LG생활건강이 올해 실망스러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이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9년 전 차석용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고공행진을 이어왔지만, 최근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가가 2년반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25일 LG생활건강(051900)은 전일 대비 0.46% 내린 43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째 하락하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저가로 주저앉았다. 올 들어 21% 가량 급락한 상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가가 70만원을 넘보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다.
지난달 23일 회사 측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함께 발표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5500억원과 5200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4.8% 증가하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11.4% 증가했는데 올해는 증가율이 반토막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측은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 불리한 환율, 통상임금 영향 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렇자 증권가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전망치였다며 의아해했다. 이 때부터 LG생활건강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LG생활건강의 주가는 13% 가까이 폭락했고, 그 다음날도 7% 넘게 빠지며 충격을 반영했다. 이후 이달 들어 한 차례 반등에 나서는가 싶더니, 재차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향후 규모 있는 M&A는 선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기대감을 낮췄다는 평가다. 이같은 회사 방침에 증권가는 올해 M&A를 통한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LG생활건강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은 예상보다 더딘 화장품 및 생활용품의 영업이익 개선 속도와 페이스샵 중국사업의 일시적인 실적 둔화 등을 고려해 실적 추정치를 하향했다. IBK투자증권은 2013년 LG생활건강은 지난 8년 이래 처음으로 연간 가이던스를 하회했다며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다만 우려가 충분히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M&A 효과 부재로 인한 실적 성장 둔화 우려는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성장에 대한 공격적 태도와 실행 여력이 여전히 견고해 주가 급락은 매수 기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