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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이데일리가 서울 강서구·양천구·강동구의 헬스장 70곳의 홈페이지·포털사이트 정보 등을 살펴본 결과 33곳(47.1%)이 여전히 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이유로 2021년 12월부터 헬스장에도 가격표시제를 적용했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헬스장은 전화 통화에서도 가격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서울 강동구 소재 한 헬스장은 가격을 묻는 질문에 “상담에 오시면 등록 개월에 맞춰 가격을 안내해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헬스장 역시 “선택하시는 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방문시 자세히 안내해드리겠다”고 안내했다.
가격을 표시해 둔 헬스장 중 일부는 실제 표시해 둔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대부분은 프랜차이즈형 헬스장으로 적게는 6만원에서 많게는 9만원까지 등록비를 요구했다. 3달에 9만원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던 서울 강서구 소재 한 헬스장은 “원래 최초 등록시 6만원의 등록비를 받고 있다”며 “헬스장 이용료는 9만원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헬스장들은 카드 수수료나 부가세 명목으로 비용을 더 받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PT샵의 경우 일반 헬스장에 비해 많은 곳이 가격 공개를 꺼리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가격을 모두 ‘변동’으로 등록한 한 PT샵의 경우 전화로도 가격 공개를 꺼리고 있었다. 해당 PT샵 관계자는 “PT 선생님별로 가격도 다르고 타 업체에 공개하기 꺼려져 상담시 공개하고 있다”며 “일종의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깜깜이’ 상황에 불만을 표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헬스장마다 비교하려면 직접 돌아다녀야 하고 혹시나 바가지를 쓰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PT의 경우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이런 고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진성주(26)씨는 “‘고민하고 등록해야지’ 하고 나중에 전화하면 가격이 달라져 있더라”며 “가격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어떤 식으로 가격이 책정되는지도 몰라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자체적으로 헬스장 가격을 공유하는 앱을 설치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해당 앱은 소비자와 가까운 헬스장의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PT의 경우 횟수당 가격을 명확히 공지하고 있다. 해당 앱을 이용했던 김씨는 “검색이나 전화로는 가격을 알 수 없으니 앱으로 헬스장을 찾았다”며 “위치나 가격, 후기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안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격표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헬스장 가격표시제를 운영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아도 제재가 없기에 실효성이 없는 것”이라며 “관련 신고센터를 설치해 소비자들이 가격표시제를 지키지 않는 헬스장을 신고하도록 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