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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그러나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인상하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지원액 일부(2100억원)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재정지원을 지렛대 삼아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이 지난 2월 전국 4년제 대학 191곳을 조사한 결과 99%인 189개교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나머지 2곳(배재대·청주대)은 각각 0.08%, 0.05% 인하했다. 사실상 전체 대학이 올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대학들은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교협 회장 시절 등록금 법정 인상을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0년 4월 대교협 회장 취임식에서 “법령상 허용된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인상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로 매년 상한선까지는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국가장학금 예산도 덩달아 증액이 불가피해서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은 총 4조6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621억원 늘었다. 교육부는 증액된 예산을 활용, 기초·차상위·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생 1인 당 지원 단가를 인상했다. 예컨대 소득 8구간(중위소득 200%) 학생의 연간 지원 단가는 종전까진 67만5000원이었지만 올해부터는 350만원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장학금 예산 증액을 통해 ‘서민·중산층 반값등록금 실현’을 교육 분야 대표 성과로 홍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 때 대학생·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서민·중산층 반값 등록금 정책을 후퇴시키거나 백지화해도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대학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 예산의 추가 증액이 불가피한 이유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예산을 늘려야 하기에 예산 당국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공약하고 대교협도 인수위에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어서 등록금 규제까지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철 후보자도 이런 점을 고려, 지난 14일 등록금 인상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장 목소리, 전문가 시각, 학생·학부모 입장을 고려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한편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은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1년(2009~2019년)간 사립대 등록금은 평균 0.57%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2020년 기준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간 747만9800원, 국공립대는 418만27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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