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해외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 및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 표명에 대해 “중대한 반전”이라고 평가하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회의론도 상존했다.
외신들은 이날 북-미 대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대북제재 강화, 이른바 ‘최대의 압박’ 전략의 성공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극도록 고조됐던 한반도 긴장감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크게 완화됐다고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고, 미국에 대화를 제안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미국과의 대화가 진행된다면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는 데 동의한다고 명백히 보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수년 간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 이후 중대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뉴스 역시 “북한이 중대한 변화를 보여줬다”며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올리브 가지(화해)’를 내민 것은 대북제재가 강화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핵무기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 온 북한이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포기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라며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체를 즉시 시작하겠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대북 관계를 개선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이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BBC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북 특사단의 방북 등 화해 움직임이 이뤄졌다”면서 “김정은이 특사단과 만나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한 것은, 그가 취임한 2011년 이후 해외 관료와의 접촉이 극히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CNN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북한과의 긴장감 완화 계기로 삼은 문 대통령의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라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ABC방송은 “지난 해 이후 전쟁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으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로 북-미 간 대화 전망이 밝아졌다”면서도 “역사적으로 주요 합의가 이뤄진 뒤 이를 이행하는 데엔 실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회의론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화하지 않겠다며 군사 대응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는 등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희망을 잃지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걸 알아가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정보) 수집 및 평가 작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