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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겨울에 제안 받았다고 했다. 워낙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평소 자주 즐겼을 만큼 오페라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다만 일정 부분이 맞지 않아 상황을 두고보다가 고심 끝에 무대 중심에 서기로 했다.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52)가 오페라 무대에 정식 데뷔한다. 국립오페라단과 손잡고 야외 오페라를 연출한다. 앞서 국립무용단의 ‘묵향’, ‘향연’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 받은 바 있지만 오페라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19일 국립오페라단에 따르면 정구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특별공연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연출과 무대, 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서울 올림픽 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8월 25일과 26일 양일간 2회에 걸쳐 무대에 오른다.
10년간 삼성물산 패션부문(구 제일모직) 여성 브랜드 구호(KUHO) 전무 출신이자 휠라코리아 부사장,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등을 역임한 디자이너 정구호는 그동안 패션을 넘어 공연예술 연출가로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가 연출과 의상을 진두지휘했던 ‘향연’은 2015년 초연 이래 지난 2월까지 팬층이 얇은 한국 전통춤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매회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왔다. 20·30대 관객층 비중이 전체의 60%가량인 것도 특이할만한 부분이다.
한국서 처음 개최하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인 만큼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다. 대략 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인 18세기 프랑스 귀족 문화를 동시대인 조선 정조 때의 양반 문화로 재해석한다. 김학민 예술감독은 “서양의 고전 오페라에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한국 감각을 입혀 한국 전통 문화예술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지휘는 2012년 마체라타 오페라 페스티벌 ‘카르멘’, 201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타이스’를 지휘한 세계적인 명장 파트릭 푸흐니가 맡는다. 또한 이번 공연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한국이 낳은 정상급 성악가들과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기용할 예정이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은 한복 제작, 스타일리스트 서영희는 소품을 담당한다.
더불어 공연에 대한 진입장벽도 대폭 낮췄다. 야외공연장의 특성을 살려 회당 1만명 이상의 관객이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티켓 가격은 평균 1만원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2018년 1월엔 강릉 올림픽파크 내 올림픽아트센터에서 재공연도 예정됐다.
김 예술감독은 “그동안 오페라는 어려운 내용, 비싼 가격 등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반 관객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동백꽃 아가씨’로 오페라 관객 저변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