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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달 초 한경협에 회비를 냈다. 현대차그룹 내에 있는 한경협 회원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5곳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지난해 다시 합류했다.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둔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한경협에 재합류했다. 다만 4대 그룹은 그동안 실제 회비는 내지 않았던 만큼 말 그대로 ‘형식상’ 한경협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3월 말~4월 초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공문을 발송했지만, 4대 그룹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그런데 현대차가 회비 납부 신호탄을 쏘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올해 안에는 모두 낼 것으로 본다”며 “4대 그룹이 합류하면 한경협은 인력 충원 등의 측면에서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최근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좀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올 것”이라고 했다.
다른 그룹들은 납부 시기와 규모 등을 두고 내부 검토 중이다. SK그룹은 실제 납부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비를 내는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 측은 “(한경협의 공문을 보고)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그룹은 아직 미온적인 기류가 더 강하다. 삼성은 합경협 회비 납부시 준법감시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준감위는 여전히 이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준감위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경협이 인적 쇄신이 됐는지 위원회 내에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준감위가 한경협의 공문 발송 이후 공식적으로 회비 납부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러면서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가능한지 볼 것”이라며 “한경협 스스로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경협이 더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는 “회비 납부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