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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강제동원 피해의 배상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인 채권·채무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권침해 사실의 인정과 사과를 통한 피해자의 인간 존엄성 회복과 관련한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일본기업과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등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사과하는 것은 피해 회복과 화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설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불행히도 최근 몇 년간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이 문제 관련 발언과 행동은 인권침해 행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로서 바람직하지 못했다”며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고자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에 대한 배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권위는 유엔총회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등의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우리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가해자의 인정과 사과가 없는 채로, 더군다나 제3자 변제의 방식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강제동원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방법의 배상은 국제 인권 기준이 강조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에 반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중요한 문제”라며 “모든 대책은 피해자가 겪는 정서적, 심리적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 정부와 책임 있는 일본기업이 피해자 중심으로 배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한다”며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가 책임 있는 일본기업과 일본 정부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과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외교부는 전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과 관련,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 16곳의 출연 자금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하는(‘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일부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은 가해자의 사죄와 배상 참여가 없는 제3자 변제가 굴욕적이라며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