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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례는 학생·교직원 등이 지켜야 할 성·생명 윤리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관계는 혼인 관계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 ‘태아의 생명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보수 기독교계 단체에서 해당 조례안을 시의회 측에 제안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서울교사노조연맹은 “해당 조례안은 인간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기본 논리로 삼고 있다”며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역시 “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기본적 인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하는 조례”라며 “아동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구태와 구습을 옹호하며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의회 측은 수습에 나섰다. 외부 단체가 민원 형식으로 제안한 안건에 대한 검토과정이었다는 게 시의회 교육전문위원실의 주장이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사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이번 의견제출은 교육청과 시의회 간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실무진 차원에서 진행했던 사전적 의견 교환”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서울시의회 112석 중 76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측은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의도적으로 시의회를 망신줬다는 주장이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국민의힘 시의원은 “그간 시의회와 교육청의 의견 교환 과정에서 시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공개적으로 의견을 물었던 적이 없다”며 “교육청의 의도는 의견 청취가 아닌 각급 학교에 이런 조례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의견을 청취한 것은 일반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 중 행정기구를 만든다거나 학교 현장에 큰 영향이 없는 내용은 내부 검토를 하지만 학교 현장에 영향을 주는 조례에 대해서는 학교의 의견을 청취하는 게 원칙”이라며 “시의회의 요청에 답변을 하기 위해 교사들의 의견을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의회와 교육청 간의 신경전은 지난해 있었던 6·1 지방선거 이후 계속되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청에는 진보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고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했던 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후 시의회는 시교육청의 올해 본예산 5688억원을 삭감했고 학생인권조례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2월 추가경정예산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 국민의힘 측에서는 “지난 본예산과 같은 근거를 가지고 올 경우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