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은 타국에서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 등록을 적극 요청했다. 이후 여러 이식 대기자 가운데 우선적으로 장기를 수혜 받아 간이식에 성공해 국적을 초월한 의료진의 생명 존중 정신이 빛을 발하게 됐다.
러시아 고려인 김나리사 씨(50)는 지난 10월부터 한국에 체류하며 난소암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던 중 급격한 간수치 상승과 황달 소견을 보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다. 진단 결과 만성 B형간염 재발에 의한 급성간염과 간부전으로 입원 사흘 만에 간성뇌증상이 발생하면서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간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나 러시아 국적의 환자가 국내에서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과 복잡한 승인 절차가 필요했고 타국에서 큰 수술을 받는 것이 부담이었던 보호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였다. 하지만 환자는 급속히 상태가 악화돼 혼수상태에 이르렀고 가족들의 생체 간이식 기증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은평성모병원 의료진은 국적을 초월한 생명 존중의 마음과 생명 수호를 위한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최적의 장기이식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의 이식을 권유하고, 보통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행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최단시간에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 등록을 마쳤다.
김나리사 씨는 뇌사자 이식 대기 15번째 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대기 환자들이 이식을 포기하거나 검사 부적합으로 수혜자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이식 승인 후 불과 이틀 만에 기적적으로 뇌사자의 간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소화기내과 배시현, 양현 교수, 간담췌외과 김동구, 박정현, 박천수 교수) 또한 뇌사자가 기증한 간에 새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11월 1일 간이식 후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고 한 달 동안 이식환자 양압병실에서 회복에 집중한 김나리사 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며 “의료진의 끊임없는 격려와 헌신적인 돌봄 덕분에 용기를 잃지 않고 치료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 소중한 삶을 되찾게 해 준 의료진과 장기 기증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이식을 주도한 은평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김동구 교수는 “갑작스러운 간기능 악화로 생명이 위독했던 환자가 신속하게 간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숭고한 마음으로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가족들, 긴박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새 생명의 희망을 지켜낸 모든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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