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주택 건설 축소가 성장률 0.5% p 낮춰”
지난해 14.6%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던 설비투자도 올해 -1.8%로 예측되는데 내년 반등 예상폭은 1.3%에 불과해 성장률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2분기와 3분기 실적을 감안해서 다시 전망을 해보니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모두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각각 성장률을 0.5%포인트 정도 낮추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급감하는 이유는 주택경기와 악화와 산업 전반의 투자 수요 감소 때문이다. KDI는 건설투자에서 건축부문이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토목부분 부진 완화에도 2017년부터 주택착공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마무리되고 있는데다 다른 산업에서도 수출 부진으로 투자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내년에도 설비투자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총수출 물량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4.2%, 내년 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2.8%에서 올해 8.7%, 내년 4.6%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KDI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거나 중국경제 추격으로 주력 수출품목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가 가속화되면 교역조건이 악화되고 수출시장 점유율이 축소되면서 우리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해야..지출 구조조정 필요”
여타 지표도 좋지 않다. 총소비 전망치는 지난해 2.8%에서 올해 3.3%, 내년 3.5%로 증가세를 보이지만 실업률은 지난해(3.7%)보다 높아져 올해와 내년 모두 3.9%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1.9%)보다 낮아져 올해와 내년 모두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치(2.0%)에 미치지 못한다. 수요측면에서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적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검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등 민간소비 증가세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신용리스크 확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통화정책보다 금융감독을 통한 선별적 대응을 우선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 총량 관리에 보다 신경써야한다고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투입을 늘리면서 총지출 증가율(9.7%)이 총수입 증가율(7.6%)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4%)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개별 재정사업의 성과를 평가해 효과가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추후 예산편성에 반영해야하는 등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경주해야한다”고 했다.
KDI는 설비투자의 악화·둔화 추세가 산업경쟁력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정 지출도 그 효과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년과 내년 뿐만아니라 앞으로 산업경쟁력에 대한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