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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설사 재건축 수주전 과열 '칼 빼들다'

이진철 기자I 2017.10.30 14:00:00

''입찰-홍보-투표-계약'' 시공사 선정제도 제도개선 추진
건설사, 이사비 등 제안 금지.. 금품 제공시 시공권 박탈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 전경.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앞으로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다 적발돼 처벌을 받으면 해당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고, 금품 등을 제공한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된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임원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 건설사와의 유착 관계도 사실상 차단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입찰-홍보-투표-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 시공과 관련업는 이사비·이주비 등 제공 금지

우선 입찰 단계에서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건설사는 설계, 공사비, 인테리어, 건축옵션 등 시공과 관련된 사항만 입찰시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등에 대해서는 제안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종전처럼 재건축 조합원은 금융기관을 통한 이주비 대출만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이사비는 필요시 조합이 자체적으로 정비사업비에서 지원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는 토지보상법(84㎡ 기준, 약 150만원) 수준으로 지원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개발사업도 재건축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영세거주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융자 또는 보증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 경우 건설사는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건설사는 시공사 수주경쟁 과정에서 이사비 등의 금전지원이 아니라 시공품질을 높이고, 공사비를 절감해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현실성 없는 과도한 조감도를 제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설계안에 대한 대안설계(특화계획 포함)를 제시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시공 내역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입찰제안 원칙을 위반하는 경우 해당 건설사의 해당 사업장 입찰은 무효로 된다.

◇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업체도 불법행위 책임 강화

건설사들의 수주전 과열을 막기 위해 홍보단계에서는 건설사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 뿐만 아니라,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업체가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건설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금품·향응 등을 제공해 건설사가 1000만원 이상 벌금형 또는 건설사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경우 건설사는 2년간 정비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되고, 금품 등을 제공한 해당 사업장의 시공권도 박탈된다. 또한 건설사의 관리·감독 책임 위반으로 홍보업체 직원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 처벌된 경우에도 건설사는 동일하게 입찰참가가 제한되고, 시공권이 박탈된다.

국토부는 다만 시공권 박탈의 경우 착공 이후에는 선의의 조합원 및 일반분양자의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시·도지사가 시공권 박탈 대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과도한 홍보행위를 차단하되 조합원의 정당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설사는 홍보요원의 명단을 사전에 조합에 등록해 등록한 홍보요원만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하되, 조합에서 정한 공간에 개방된 홍보부스 1개소만 설치토록 했다. 1차 현장설명회 이후 총회 전까지 미등록 홍보요원이 활동하거나, 개별홍보 행위가 3회 적발될 경우 해당 건설사의 입찰은 무효로 된다.

투표단계에서는 그 동안 불법 행위 우려가 지적돼온 부재자 투표의 요건과 절차 등도 대폭 강화된다. 부재자 투표는 해당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에 한정해 허용하고, 부재자 투표기간도 1일로 제한된다.

계약단계에서는 시공사 선정 후 계약이나 변경계약 과정에서 건설사의 과도한 공사비 증액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공사비를 입찰제안보다 일정비율 이상 증액하는 경우에는 공사비에 대한 한국감정원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해다.

이밖에도 조합임원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해 조합임원과 건설사간 유착을 차단할 계획이다.

◇ 시공사 선정 예정단지 연말까지 불법행위 단속

한편 국토부는 “시공사 선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지난 9월25일부터 서울시와 합동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 다수의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어 11월1일부터는 이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강도 높은 집중점검이 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번 합동점검 대상 조합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앞으로 선정예정인 단지들이다. 점검항목은 회계처리 등 조합운영의 전반에 관한 사항은 물론 시공사 선정과정 및 계약내용도 집중 점검할 예정이며,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조합에 대해서는 불법 홍보행위에 대한 단속도 병행하게 된다.

이번 점검에는 경찰청과 협조체계를 구축해 핫라인을 개설하고, 필요시에는 증거수집이나 현장단속 등에 있어서도 경찰협조를 얻을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비사업의 공공지원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하여 현재 조례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공지원 관련 규정 중 조합의 예산·회계처리, 공동시행자 선정, 조합임원 선거 규정 등 필요한 사항은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고 처벌규정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제도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이번 개선안과 함께 내년 2월부터 금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및 자진신고자 감면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그간에 있었던 정비사업의 불공정한 수주경쟁 관행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건축 재개발 시공사 선정과정 제도개선 및 시행 일정.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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